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은 지난 21일 방영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2TV ‘클래스e’ 특강에서 그간 국내 기업들이 성장의 방법론으로 써온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것)’ 전략의 한계를 지적했다.
권 상임고문은 특강을 통해 “같은 상황에서 어떤 방법론을 쓰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많이 달라진다. 방법론에 따라 승패가 갈리고, 조직의 성패가 좌우된다”라며 “임진왜란 당시에도 조선군이 칼과 화살로, 일본군은 조총을 사용했고 결국 큰 격차로 조선군이 참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육열이 뛰어났다. 산업화 초기 단계에 들어서면서 성실한 인재가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당시 기업들은 이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회사를 자세히 봤고, 이들을 모방해 빨리 쫓아가자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방법론에는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권 상임고문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의 주요한 덕목은 근면, 성실, 희생이었다. 모방을 통해 이렇게 이른 시일 내 초일류 기업을 만든 것은 한국뿐일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카피 모델만으로는 더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실제 지난 20년간 경제성장률을 보면 지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일 먼저 변해야 할 것은 기업”이라며 “이와 함께 규제의 자율성도 확보돼야 한다. 한국은 주로 다 포지티브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규제가 줄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혁신적인 것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