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 부처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가 18일 첫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문제를 다룬다. 미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 사실상 회사 기밀을 요구한 것을 안보 문제로 보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경제 부처는 물론 국가정보원과 청와대 관계자도 참석한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8일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첫 회의가 열린다. 경제안보전략회의는 대외경제장관회의 산하 논의체다. 그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다뤘던 경제·안보 결합 현안을 관련 부처가 모두 나서 국익 차원에서 긴밀히 대응하고자 만들어졌다. 경제장관회의와 마찬가지로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며 정기적으로 회의를 연다.
회의 1호 안건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 대상 정보 제공 요구다. 국익과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해서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23일 올해 세 번째 반도체 대책회의인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최근 3년간 매출·생산·재고·고객정보 등을 45일 안에 스스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겉으론 자료 요청이지만 사실상 압박에 가깝다. 미국은 협조하지 않는 기업에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근거로 정보 제출을 강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상무부 기술평가국은 다음 날인 24일 국내외 반도체 설계·제조·공급업체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고 관보에 게재했다. 설문조사 내용은 기업별 연간 매출과 생산, 재고 등이다. 기한은 11월 8일로 못 박았다.
정부는 미국 요구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제뿐 아니라 자국 기업 기밀을 해외 정부에 넘겨주는 건 안보 측면에서도 위험하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미국 측에 직간접적으로 우려 뜻을 전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우리 정부 측 우려를 전달했다. 외교부도 다음 날 미국에 같은 의견을 전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직접 만나 깊은 우려를 표했다.
다만 아직까지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홍 부총리는 이와 관련 지난 13일 "이 문제를 어떤 형식으로 대응해 나갈 것인지 집중 논의할 것"이라며 "기업 자율성 존중과 정부 지원, 한·미 간 파트너십과 협력 등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