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10월 12~15일)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부당 합병했다는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5-2형사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18차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의가 발표됐다. 내용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0.35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것이다. 같은 해 9월 1일 두 회사는 삼성물산의 사명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출범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주가를 끌어올려 가치를 올려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했고, 사명은 삼성물산으로 유지했다.
그해 10월 16일 합병된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때 발표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마쳤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문제는 '자사주 매입'이 합병 이후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주가 위기 때마다 삼성 측이 자사주 매입을 하나의 전략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자사주 매입'이란 자기 회사 주가가 저평가됐을 때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이 자기 자금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기업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 전환을 하고 경영권을 강화하기도 한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거나 합병 때 기업 가치가 떨어질까 우려해, 주주들을 위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하락을 방지하는 이유도 있다.
18차 공판에도 변호인은 자사주 매입 전까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 추이를 말하며 공매도 공격 가능성을 질문했다. 증인으로는 검찰이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에 관여했다고 본 삼성증권 직원 강모씨가 출석했다. 강씨는 삼성 미래전략실과 함께 일하면서 합병에 필요한 자사주 매입 계획과 실행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변호인은 "미래전략실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대차잔고와 공매도에 따른 주가급락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며 "대차잔고가 늘어서 주가 불안요인으로 잠재돼 있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씨에게 대차잔고가 증가하면서 나오는 주가 결과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물었다.
'대차잔고'는 공매도를 하기 위해 빌린 주식을 아직 갚지 않은 수량을 말한다. 즉 공매도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도 될 수 있다. 투자자가 해당 주식이 앞으로 떨어질 것을 예상해 타 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매도하거나, 주식이 없는 상태서 주식을 매도하는 게 공매도다.
강씨는 "대차잔고가 늘어났기 때문에 공매도를 통해 주가 하락이 예상됐다"고 답했다. 이어 강씨는 "매수 청구기간 이후에도 자사주를 매입해 (제일모직의)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막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찬성한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증인(강씨)은 제일모직 주식에 대해 삼성물산 주식이 주가부양을 위한 안정조치를 취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며 "주가부양조치는 제일모직으로 하는 게 향후 공매도 위험이 덜하다고 생각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강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시세조종 목적이 아닌 주가 안정 차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자사주 매입'을 시세조종이라고 보는 데에 따른 반박을 한 것이다.
변호인 측은 미전실 지시로 삼성증권 직원들이 고의적으로 고가 매수 주문을 연속적으로 진행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검찰 주장에 반박하며, 당시 실제 주가는 시장의 흐름대로 무난하게 흘러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들이 주가 관리하고 주가 부양할 수 있게 허용된 제도가 자사주 매입"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2015년 7월 24일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 호가창을 띄워 인위적인 주가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직전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냈으나 제일모직 주가는 되레 올랐기 때문이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주가가 떨어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21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