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정기 끝나고 재개되는 박삼구 전 회장 재판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재판이 9일 열린다. 지난달까지 총 세 차례 공판 준비를 마치고 열리는 첫 재판이다. 박 전 회장은 금호산업 등 주요 계열사를 이용해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부당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시정명령과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후 거래가 늦어지면서 금호고속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져 금호산업을 비롯한 9개 계열사가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담보 없이 정상 금리(3.49%)보다 낮은 1.5~4.5% 금리로 금호고속에 빌려줬다. 이렇듯 계열사의 지원으로 금호고속이 약 169억원의 금리 차익을 얻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박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최소 77억원에 달하는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과 결산 배당금(2억5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검찰은 박 전 회장이 금호고속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서 부당한 자금지원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해 가지급금·대여금 등 자금을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하거나 '상당한 규모로 제공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대법원이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 과다한 경제상 이익 제공 여부를 판단' 하는 기준은 '정상가격'이다.
정상가격이란 같은 해 거래 당사자들 간에 이뤄진 경제적 급부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객체 간에 이뤄졌을 경우 형성됐을 거래 가격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내법상 정상가격의 정의는 명확지 않아 공정위가 부당지원행위라고 기업에 규제를 가하면 기업은 '대체 가격'을 '정상 가격'이라고 항변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와 아시아나항공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금호고속 자금 대여도 적정 금리 수준에서 이뤄졌으며,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상가격'을 산출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조계창 법무법인 창현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냐를 판단할 때 대법원에서 정상금리 산정을 이용한다"면서 "거래 당사자간 특수관계가 없는 금융기관이나 제3자와의 거래에서 적용될 수 있는 금리를 산정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조 변호사는 "정상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 굉장히 엄격하다"며 "대법원이 정상가격을 산정할 때 판시한 법리가 쉽지 않고, 집행당국인 공정위에서 해당 법리에 충실하게 정상가격을 사후에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이 단순히 사후적으로 사건을 회고해서 적절한 금리였다고 볼 때는 원칙적으로 정상가격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여러 비교사례를 고려해 정상가격을 입증해야"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비교대상으로 삼을 만한 정상가격을 산출 △산출된 정상가격과 문제된 행위를 비교할 때에도 조정과정을 거쳐야 하며 △비교대상 선택 및 구체적인 비교를 위해 조정과정에는 엄격한 검증기준을 적용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