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8년' 한계에 갇힌 윤창호법
윤창호법은 지난 2018년 12월 시행됐다. 지난해 4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교통 범죄 수정 양형기준을 최대 징역 12년으로 최종 의결했다. 하지만 최대 징역 12년이 선고된 사례는 없다. 법조계에서는 최대 징역은 '권고'될 뿐 '의무'는 아니라고 말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원정숙·이관형·최병률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 운전 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음주운전 가해자' 김모씨(52)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원심 양형이 무겁다고 했지만, 1심과 비교해 (2심도) 양형 조건 변화 없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 이를 존중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엄정하고 합당한 처벌을 원할 뿐 어떤 금전과 사과도 받지 않겠다"면서 원심 양형 변경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갑작스레 사망했으며 해외에서 사고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충격과 슬픔을 헤아리기 어렵다"면서도 "피고인이 해외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하고자 현지 변호사를 선임해 피해를 복구하고자 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4월 윤창호법 양형 기준을 최대 12년까지 높였다. 이에 따라 기본영역 양형기준은 징역 2~5년, 가중처벌사유가 있으면 징역 4~8년이다. 비난 가능성이 높은 사안은 특별조정으로 최고 징역 12년까지 선고하도록 권고됐다. 특별조정은 특별양형인자 2개가 있으면 가중요소 2분의 1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윤창호법 양형에서 징역 8년을 넘은 사례는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현실에 씁쓸함을 표했다.
정경일 법무법인 L&L 변호사는 "이론상으로 12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실제 선고를 12년까지 하지 않더라도 문제로 삼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만 유학생 음주운전 사망 사건을 계기로 윤창호법에 따라 음주운전 가해자가 무겁게 처벌될 수 있는 디딤돌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공정'에 역행한 LG전자 '신입사원 공개채용 비리 혐의'
LG전자 신입사원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된 당시 인사업무 책임자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공정성을 해하는 행위였고, LG라는 기업의 비전과 가치·이미지가 훼손됐다"고 양형 이유를 부연했다. 그러나 LG전자 이에 시민단체는 "LG전자 이사회 차원의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임광호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G전자 최고 인사책임자 박 모 전무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무와 함께 기소된 나머지 임원 7명에 대해선 각각 700만~1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박 전무에 대해 재판부는 "채용 절차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허물어 사회적으로 큰 허탈감을 일으켰다"며 "기업의 구조적인 범행이고 초범인 점, 인사업무 책임자로서 반성하고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기업의 채용 재량의 범위를 넘어 면접위원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평가돼 유죄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주식회사는 주주 전체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라며 "이 사건은 공채였는데, 공개 경쟁 채용에서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투명성과 형평성, 법적 수준과 사회적 공감대를 종합해서 고려해 양형 범위를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형사법적 영역에서도 업무방해 보호법익에 정면으로 침해한 부분이 상당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무 등은 2013~2015년 LG전자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회사 임원 아들 등을 부정 합격 시켜 회사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박 전무 지시로 채용팀은 지침을 만들었는데, 이는 청탁자의 관계에 따라 3단계 등급으로 구분해 상위 2등급은 청탁 수용을 논의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 업무를 총괄한 박 전무는 LG전자 신입사원 채용 청탁이 늘자, 이를 효율적으로 취급하기 위해 '채용 청탁 관리 방안'을 수립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무를 포함한 피고인들이 속한 채용팀은 2014년 신입사원 채용부터 방안을 적용했다.
LG전자 1심 선고가 있기 전 참여연대에서는 "LG전자 본사 차원에서 이뤄진 조직적인 부정 채용은 사기업의 채용 재량이라는 명목으로 특정 유력 인사들에 특권을 부여하고 반칙을 용인한 현대판 음서제"라며 "공정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