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서방국과의 갈등에 맞서 민족 대단결을 강조하는 가운데, 중국 소수민족 갈등의 화약고 중 하나인 시짱(西藏, 티베트)자치구 주석이 교체될 예정이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소식통을 인용해 옌진하이(嚴金海) 라싸시 당서기가 시짱자치구 주석에 임명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1962년생으로 올해 59세인 옌진하이는 칭하이성 출신의 티베트족 관료다. 칭하이민족학원 중문학과를 졸업한 후 40년 가까이 칭하이성에서 공직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7월 시짱자치구 당부서기, 올해 1월 라싸시 당서기에 임명됐다.
SCMP는 이번 인사가 최근 티베트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베트는 신장자치구 등과 함께 미중 갈등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국은 중국 정부를 향해 티베트를 비롯한 소수민족 지역에서 인권 탄압 등을 중단하라며 제재 등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지난해 말 미국 의회는 티베트인의 인권을 지지하는 등 티베트에 대한 미국 정부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티베트지원법'을 의결해 중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게다가 티베트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접경 지역에 위치해 군사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 지난해 6월 접경 지역서 중국·인도 군대간 충돌이 벌어져 100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 7월 시진핑이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티베트를 공식 방문한 이유다. 당시 시 주석은 “티베트 분리주의에 맞서 정치·이념 교육을 강화하고 안정성을 유지하는 확고한 요새를 건설해야 한다"며 지역 안정과 통제를 강조했다.
특히 최근 중국 지도부가 민족단결 대통합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 지역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은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주석도 앞서 8월 중앙민족공작회의에서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은 시진핑 주석이 2017년 처음 언급한 것으로, 그해 중국 공산당 당장에도 삽입됐다. 이는 사실상 각 민족이 중화민족, 중화문화, 중국공산당, 중국특색사회주의를 높이 인정하고 중화민족 건설에 박차 가하라는 뜻이다.
한편, 시짱자치구 주석에서 물러나는 치자라는 윈난성 출신의 티베트족으로, 2017년부터 시짱자치구 주석을 맡았다. 1958년생으로 올해 63세인 그는 곧 정년을 앞두고 있다. SCMP는 그가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새 역할을 맡을 것으로 SCMP는 전망했다. 전인대는 중국에서 보통 고위급 공직자들이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거치는 자리로, 일종의 한직으로 여겨진다.
현재 시짱자치구 당서기는 한족 출신의 우잉제다. 중국은 소수민족 지역의 5대 자치구(시짱·신장·네이멍구·닝샤·광시) 1인자인 당서기직에 줄곧 한족 출신 관료를 앉혔다. 우 서기도 올해 정년 65세로 은퇴가 예상된다. 산둥성 출신이지만, 1974년 이후 40년 넘게 시짱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다만 우 서기의 후임에 누가 임명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SCM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