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기자가 찾아간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사무실에는 인기척은 있었지만 A4용지로 문을 가려놔 누가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를 막고 있던 경호원들은 "기자분들은 1층에서 대기하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출입을 막았다. 최근 기자들이 사무실에 들어오려고 해 경호원들도 난감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들은 기자들이 말을 걸기도 전에 자리를 재빠르게 떠났다.
◆ 사뭇 다른 대장동 분위기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이 분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대장동 아파트 인근에서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파트 주변에 설치된 불법주정차 단속 현수막에는 '성남의뜰'이라는 이름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성남의뜰은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아파트 단지 1층에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이 모여있었다. 사무소에 들어간 취재진을 향해 직원들은 "박영수 딸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먼저 입을 열었다. 최근 박 전 특검 딸이 거주한다는 보도 이후 여러 취재진들이 찾아왔다는 것.
다만 그들은 “오히려 투자 문의가 늘었다"는 말만 남겼다. 화천대유 사무실과는 반대로 대장동 인근의 주민들은 의혹에 따라 주변 지역 부동산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대장동’ 하면 부천이었는데...이제는 성남이 됐다”
해당 지역 아파트들은 올해 봄쯤부터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했다. 박 전 특검 자녀가 분양받았다는 모 아파트 입주 날짜도 지난 5월 31일이었다. 당시 해당 아파트의 분양가는 20평형대 기준 7억원대였다. 그러나 이날 기준 이 아파트의 호가는 최고 15억을 찍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인근 중개사 사무소 직원들은 대장동 개발 소식을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대장동의 존재를 알게 돼 매매 문의를 해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A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김모씨는 “대장동 주변에 사는 판교나 분당 주민들이 화천대유 관련 뉴스들이 터진 이후 대장동을 찾는 빈도수가 늘어났다”며 “원래 ‘대장동’ 하면 경기 부천시 대장동이 더 유명했는데, 요즘엔 이쪽 대장동의 인지도가 더 높아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B공인중개사 사무소 홍모씨는 “신문이나 방송 등에 대장동 풍경이 실제보다 좋아 보이게 묘사됐다”며 “대장동을 둘러싸고 남쪽과 북쪽으로 설치된 송전탑이나 교통 문제 등으로 투자를 망설이던 사람들도 언론 보도 이후 점차 발길을 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지역 주민들도 화천대유를 둘러싼 비리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현실적으로 아파트 값이 오를 기미가 보인다며 화만 낼 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장동 일대 C 아파트 단지 주민인 이모씨(72)는 “박영수 전 특검 자녀의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 아파트 카페에서는 ‘불공평하다’며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라면서도 “기사를 통한 홍보 효과가 있다 보니 아파트 값이 오를 거란 기대감도 함께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박모씨(22)는 “부모님은 오히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언론에 나오니 좋아하셨다”며 “입소문을 통한 호재를 기대하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