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증명한 K조선의 위력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8월 전 세계에서 발주된 신조선은 137만 CGT(49척)다. 이 중 한국이 78만 CGT(16척)를 수주하며 57%의 물량을 쓸어 담았다. 이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2위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37만 CGT(23척)로 27%의 점유율 확보에 그쳤다. 우리나라가 중국보다도 2배 이상 앞선 셈이다. 일본은 19만 CGT(7척, 14%)에 불과했다.표준선환산톤수인 CGT는 선박의 부가가치를 고려해 산출한 단위다. 선박의 가격이 높을수록 값이 커진다. 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을 평가할 때 수주한 배의 척수보단 이 수치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경쟁력을 가지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한국의 경우 수주하는 선종이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반면 중국은 벌크선과 같은 저가 선박이 대부분이라 CGT에서 불리하다.
업황의 회복세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1~8월 전 세계 누계 발주량은 3239만 CGT로 작년 동기 대비 165% 증가했다. 작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221만 CGT를 발주했다. 또한 국가별 수주에서는 중국이 선두를 지키고 있다. 자국의 물량을 사실상 독점해서다. 중국은 현재까지 1453만 CGT(526척, 45%)를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1366만 CGT(329척, 43%)로 중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주량은 지난해 270만 CGT에서 406% 성장했다. 올해 4월에는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중국과 간격을 3%P(87만 CGT)로 좁혔다.
앞으로 남은 수주잔량도 제법 넉넉하다. 8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8468만 CGT다. 이는 7월 말 대비 소폭(60만 CGT) 감소했지만, 여전히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국가별로는 중국 3259만 CGT(39%), 한국 2833만 CGT(34%), 일본 956만 CGT(11%)다. 작년과 비교하면 한국은 867만 CGT, 44%가 늘었다. 중국은 472만 CGT, 17%가 성장했으며, 일본은 136만 CGT로 12% 줄었다.
선박 가격도 시장에서 유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선박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도 10개월째 상승세다. 8월 지수는 7월보다 2포인트 상승한 145.8포인트다. 초대형유조선(VLCC) 1억350만 달러, S-max 유조선 7050만 달러, A-max 유조선 5650만 달러, 컨테이너선(1만3000~1만4000TEU) 1억4100만 달러로 모든 선종이 호조다. 우리나라가 신경을 쓰는 LNG선의 경우 17만4000m³ 기준으로 1억9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반기의 전망…고부가 선박 K조선 광폭행보
조선업계의 하반기 전망은 강재 가격의 흐름에 달렸다. 주요 철강사들은 철광석, 연료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소비량 증가 등을 이유로 강재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상반기에도 1톤당 10만원을 인상했으며, 하반기에는 톤당 40만원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의 2배에 가까운 단가다.조선사들은 자신들의 자금으로 배를 다 만들고 선주에게 인도할 때 대금을 받는 헤비테일(Heavy-Tail) 계약이 일반적이다. 이 방식은 조선사의 투자금이 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 국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당연히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 상승의 악재를 맞고 수익성도 악화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무리한 일감 확보와 저가 수주를 경계하는 입장이다. 자칫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이러한 리스크 대비와 향후 성장동력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한국 조선 산업을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재편토록 했다. 이를 위해 ‘K조선 재도약 전략’을 꺼내 들었다.
정부는 우선 2022년 조선인력 8000명 양성과 2030년 생산성 30% 향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동시에 친환경·자율운항 선박의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중소조선사, 조선 기자재 산업의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촉진할 방침이다.
세부 추진과제로는 △인력양성 등 원활한 인력수급 지원 △디지털 기반 생산역량 강화 △친환경 선박 개발 및 보급 확대 △K스마트십 개발 및 보급 확대 △중소조선소·기자재업계 수주역량 강화 △중소조선소·기자재업계 수요기반 확대 △금융·수출·마케팅·물류서비스 지원 등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의 발전을 위해 선박의 친환경·스마트화에 집중한다. 우선 저탄소 선박의 핵심기자재 국산화 및 고도화를 추진하고, LNG 벙커링 실증을 위한 전용선박 건조, 육상 LNG 벙커링 터미널 구축에도 나선다. 정부는 공공부문 친환경선박을 2030년까지 388척으로 늘릴 예정이다. 민간부문은 140척 전환을 촉진한다.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보급에도 2025년까지 1603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