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업계가 리뷰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이른바 ‘새우튀김 갑질’ 등 리뷰 제도를 둘러싼 문제가 확산하자 입점업체 보호 조치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배달앱 업체들은 악의적 리뷰를 차단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악성 소비자의 이용을 제한하는 등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건수별로 리뷰를 검토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아예 리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2의 새우튀김’ 갑질 막는다··· 악성 리뷰 대응하는 배달앱
1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오는 10월부터 갑질 이용자를 제재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하고 관련 약관을 개정했다.
이번 약관 개정은 악성 리뷰나 별점 테러 등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는 업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됐다. 실제 정의당 6411민생특별위원회와 정의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배달앱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지역 배달앱 이용 자영업자 중에서 악성 리뷰나 별점 테러를 경험했다는 비율은 63.3%에 달한다.
리뷰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 문제는 지난 5월 ‘새우튀김’ 갑질 사태 이후 공론화됐다. 분식점을 운영하던 업주 A씨가 쿠팡이츠를 통해 주문한 고객의 민원에 시달리던 중 뇌출혈로 숨진 사건이다.
당시 고객은 ‘전날 주문해 냉장고에 넣어둔 새우튀김 색이 바뀌었다’며 환불을 요구했고, A씨가 한 마리 값만 환불해주자 악성 리뷰를 달고 매장에 4차례 전화해 항의했다. A씨는 쿠팡이츠 고객센터를 통해 환불 관련 통화를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의식을 잃은지 3주 만에 숨을 거뒀다.
이후 배달앱 업계 전반에서는 리뷰 제도를 손질해 업주를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앞서 쿠팡이츠는 지난 6월 갑질 이용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약속한 뒤 업주 보호를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업주가 직접 댓글을 달 수 있는 댓글 기능을 도입했다. 지난 8월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악성 이용자로 인한 입점업체 피해방지 및 보호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위메프오도 지난 6월부터 입점 소상공인 권리 보호 가이드라인을 담은 ‘안심장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물질, 오배달 등의 신고가 접수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악성 민원으로 판명 시 위메프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기준을 세웠다.
별점 리뷰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클린 리뷰’ 정책도 시행한다. 위메프오는 욕설, 악의적 비방글 등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위해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고 접수나 모니터링에 의해 악성 리뷰로 판명 시 삭제하기로 했다.
업계 2위 요기요 역시 지난달 이용약관을 일부 변경해 악성 게시물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 요건을 기재했다. 해당 약관에는 악성 게시물 작성자에 대한 고지 절차를 생략하고 게시물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요기요는 △클린 리뷰 제도 시행△인공지능(AI) 및 리뷰 전담팀으로 구성된 2단계 리뷰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 △리뷰 신고 기능 및 이의 제기 창구 상시 운영 등 다방면으로 리뷰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배민)은 지난 2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과 함께 외식업계 상생 협력 문화 조성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업주 요청이 있을 경우 고객이 남기는 악성 리뷰를 일정 기간 게시하지 않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배민은 2019년부터 리뷰 검수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AI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 소지가 있는 리뷰를 가려내고 있다. 업주 리뷰 차단 요청이 있을 때는 해당 리뷰를 30일간 블라인드(노출 차단) 처리한다.
이 기간에 배민은 고객에게 리뷰 삭제에 대한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업주와 고객이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한다. 단, 고객이 블라인드 처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30일 후에 재노출 된다.
배민 관계자는 “리뷰는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신뢰도와 직결되는 부분으로, 음식 주문 고객이나 입점업체 모두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건전한 리뷰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피해 계속··· 리뷰 제도 폐지 가능할까
다만 배달앱에 입점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리뷰 제도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계 개선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 배달앱 업체들이 리뷰 검수 인력과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두고 있지만, 자의적인 기준으로 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되는 리뷰를 모두 걸러내기엔 역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고객이 ‘리뷰 이벤트’(리뷰 작성을 조건으로 서비스를 주는 마케팅 방식)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별점 3점과 함께 부정적인 리뷰를 남겼다”며 “해당 고객이 주문 시 요청사항에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기에 억울해서 배민에 문의했으나 ‘허위 리뷰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오고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가 내놓은 방안이 악성 리뷰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각 업체들이 리뷰 제도를 손 보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리뷰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때문에 업주들 사이에서는 리뷰나 별점 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배달앱 리뷰를 없애달라’는 청원글도 게재됐다. 청원인은 “자영업자들이 리뷰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리뷰 이벤트를 악용해 가게에 피해를 주는 일이 빈번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근본적인 개선책을 요구했다. ‘배달 중개 플랫폼의 개선이 시급하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린 작성자는 “상식에 어긋나는 무리한 요구를 하며 들어주지 않을 시 음식 맛을 핑계로 별점 테러를 하거나, 황당한 환불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 별점 테러를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블랙컨슈머(악성 민원인)들이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전 세 달 동안 등록된 리뷰 개수 대비 일정 비율로 점주가 직접 블라인드 처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식으로 최소한의 방어책이 필요하다”며 “계속해서 낮은 별점을 입력하는 이용자에겐 별점 입력 시 환기할 수 있는 문구라도 띄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당 청원글은 지난 10일 기준 2300여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뷰 제도 폐지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리뷰 제도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어 순기능이 많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결국 리뷰 제도는 폐지가 아닌 업주의 대응권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손질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앱 리뷰가 소비자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그로 인한 폐해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아예 리뷰 제도를 폐지한다는 것은 플랫폼 업종 특성상 적합하지 않다. 악의적으로 별점 테러를 하는 일부 소비자를 골라내서 차단하거나 입점 업체에 방어권을 제공하는 식으로 운용의 묘를 살리는 방향이 바람직 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