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비에 맞지 않도록 부하 직원과 부대변인이 번갈아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우산 과잉 의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무릎 꿇은 채 우산을 받쳐주는 부하 직원을 보고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아 의전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우산을 직접 들지 않는 모습을 두고 구시대적 관료주의라는 쓴소리가 이어지자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우산 인증'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30일 세종시 국회세종의사당 예정 부지를 돌아보는 동안 우산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이날 세종시에는 오전부터 비가 내렸지만, 윤 전 총장은 이춘희 세종시장으로부터 의사당 건립 추진 경과보고를 받으면서도 우산을 손수 들었다. 빗방울이 약해졌을 때는 우산을 접고 직접 비를 맞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캠프도 이 전 대표가 직접 우산을 든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이 전 대표가 지난 29일 충북 음성군에서 당원 간담회를 마치고 이장섭 의원과 함께 우산을 쓰고 걷는 모습이 담겨있다. 또 강 차관의 '우산 과잉 의전' 논란 다음 날인 28일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은색 우산을 직접 들고 대전 국립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참배하는 사진을 올렸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우산 인증'에 동참했다. 홍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본인이 우산을 들고 어머니와 어깨동무하며 걷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국민은 비 오는 날 이렇게 모시고 가는 겁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홍 의원은 '우산 의전' 논란 사진을 올리고 "이 사진 하나로 문재인 정권 5년이 평가되는 상징적 장면이다. 국민을 이렇게 대한 5년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산이요?"라는 제목과 함께 지난 6월에 방문한 새만금 사업 현장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에서 이 대표는 우산을 들어주겠다는 정운천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과 대표실 당직자 손을 거부하고 직접 우산을 들었다. 이어진 브리핑에서도 이 대표는 손수 우산을 들고 질의응답을 했다.
대선주자들이 우산 의전을 두고 일제히 비판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물의를 빚었던 의전 논란이 재조명되면서 비판 자격 미달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권 쇼의 비참한 결말.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라며 우산 의전을 비꼬았다.
하지만 황 전 대표도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수행할 당시 KTX 열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 열차 플랫폼까지 관용차를 타고 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일부 시민들의 이동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에는 서울 구로구 구로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했을 때 황 전 대표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 사용을 막아 노인들이 계단을 이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 의원도 2017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 시절 충북 청주의 수해 복구 현장을 방문했을 때 현장 관계자 도움을 받아 다리만 움직이며 장화를 신어 '황제 장화 의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과잉 의전 논란을 두고 공직사회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는 내용의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문 대통령이 '겸손한 권력'을 약속했던 만큼 공직자 갑질 논란이 확대되면 민심을 잃을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 징계 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경고의 뜻은 전달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