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20여분 전 법원 청사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한 채 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취재진이 취업제한 위반 논란, 제한 해제 신청 여부 등을 물었지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신변보호 요청에 따라 이 부회장은 청사 도착 직후부터 법원 보안직원들 경호를 받았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지난 17일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법원은 형사사건 피고인이 공격받을 우려가 있으면 법원 경내 진입부터 법정에 들어설 때까지 법원 직원을 동행시켜 보호한다.
국정농단 뇌물 공여죄로 실형이 확정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복역 중이던 이 부회장은 가석방 직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들을 만나 현안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취업제한을 어긴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가 유죄가 나오면 징역형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다만 법무부에서 취업 승인을 받으면 제한이 풀린다.
시민사회단체는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전날 "이 부회장은 5년간 취업이 제한됨에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고발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 판단은 다르다. 무보수·미등기 임원 형태로 경영 활동을 하는 건 취업제한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은 몇 년째 무보수이고 비상임·미등기 임원이라 이사회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가 없다"면서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면 취업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례를 들었다. 최 회장은 2014년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은 이후에도 무보수와 미등기 임원을 내세우며 회장 자리를 유지했다.
박 장관은 전날에도 "무보수·비상근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건 취업제한 범위 내에 있다"며 이 부회장 경영 참여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취업제한 해제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취업제한 해제는 고려한 적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