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유용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1일 열린 첫 정식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문병찬)는 11일 오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의원과 정의연 이사 A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이 윤 의원을 기소한 지 11개월 만이다.
검찰은 윤 의원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허위 신청·등록해 서울시 등에서 국고 수억원을 부정 수령했다고 판단했다. 이 박물관은 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한다.
정대협 기부금 중 1억여원을 횡령하고, 치매를 앓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이용해 약 8000만원을 기부 또는 증여하게 한 혐의 등도 있다.
윤 의원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길원옥 할머니를 속여 기부·증여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 "길 할머니가 본인 의사로 결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 변호인은 "길 할머니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피해를 주장하고, 일본을 고발하신 분"이라며 "검사는 존엄한 길 할머니를 자기 결정이 어려운 사람으로 매도했다"고 말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선 "검찰은 정대협 활동에 사용된 돈마저 횡령으로 보고 있다"며 "윤 의원이 얻은 이익은 전무해 범행동기 자체가 부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윤 의원은 "(검찰은) 정대협을 제 사조직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여성인권 활동을 하는 수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길 할머니에 대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여성인권가로서 존엄한 삶을 살아온 길 할머니를 (검찰이) 치매에 걸려 기부금을 뺏긴 사람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저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보다 더 괴롭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만 여섯 차례 열렸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들어가기 전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이 재판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이 절차가 1년 가까이 이어지자 의도적으로 재판을 늦추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윤 의원 다음 공판기일은 9월 17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