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조씨의 친구이자 고교 동창인 박모씨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변호인 반대신문을 통해 내놓은 증언이다. 그는 2009년 5월에 열린 서울대 사형폐지 국제 콘퍼런스 영상 속 여학생이 "딸 조씨가 맞으며 검찰에서도 처음에 그렇게 말했지만 검사가 다른 자료들을 보여주길래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김상연·장용범)는 23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1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딸 조씨의 친구 박모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이날 증인 신문의 쟁점은 1심과 마찬가지로 2009년 5월 15일에 개최했던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세미나'를 딸 조모 씨가 참석했는지 박모 씨가 기억하는지, 또 세미나 영상 속 등장하는 학생이 조씨가 맞는 지였다. 이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은 계속 다투어 왔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와 공모해 2009년 5월1일~5월15일 동안 딸 조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는 '인턴십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지원 당시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확인서에는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세미나'를 딸 조씨가 준비하며 인턴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세미나 당시 영상 속에서 나오는 여학생이 딸 조씨인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신문에 나선 검찰은 "증인은 세미나 당일 조씨를 안 본 것이 분명한 사실이냐"고 물었고 이에 박씨는 "네"라고 대답했다.
그는 지난해 정 교수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동영상 속 여학생이 조씨와 닮긴 했지만 조씨는 아니다" "세미나장에서 조씨를 만났다면 기억났을 것이다. 왔으면 내가 못 알아봤을 리 없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다만, 이때도 박씨는 영상 속 인물이 조씨와 닮았다고 증언했고 이날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자, 검찰은 조모씨의 졸업사진과 영상 캡처 속 여학생의 사진을 이어붙여 증거로 보여주며 박씨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검찰: 왼쪽(졸업사진)은 2009년 오월 초순에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은 영상 속 조씨라고 (주장)하는 사진입니다. (증인이) 지금을 기준으로 조씨 모습을 상기시키라고 보여준 겁니다. 어떤가요. 닮았다고 생각하는지 편하게 말해보세요.
박씨: (증거를 본 지) 2년이 돼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처음에 저 사진 봤을 때는 왼쪽과 오른쪽 사진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씀드렸고, 제가 그냥 (영상 속 사진을) 봤을 때는 고등학교 때 (조씨가) 뿔테 안경을 꼈던 때가 있어서 '조민 일 수도 있겠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진 상으로는 조씨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 닮은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세미나 참석 당시 동영상의 여학생이 조씨가 아니라고 인식해서 대화와 인사 등을 안 한 사실은 있지요? 동영상 속 여학생과요.
박씨: 그런 기억 없습니다.
검찰: (영상 속 여학생이 박씨를 쳐다보는 영상 부분을 재생하며) 그 당시에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고 증언했잖아요. 조씨는 아니지만, 조씨와 닮은 사람 같다는 생각을 2009년 5월 15일에 생각한 적 있나요?
박씨: 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검찰: 당시 여학생이 증인을 쳐다봤을 때, '조씨는 아닌데 조씨와 닮았네'라고 생각한 적 있나요?
박씨: 그랬던 거 같습니다.
검찰: 그때도 그랬나요, 조씨와 닮았다??
박씨: 네.
하지만 박씨는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는 "영상 속 여학생은 조씨가 맞다"고도 발언했다. 변호인이 당시 세미나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포함해 딸 조씨가 고등학교 시절 봉사활동 등에서 찍은 사진까지 총 6장을 증인에게 보여줘 사진 별로 비교하도록 한 후 나온 질문에서였다.
안경을 벗고 교복을 입고 단정한 모습의 조씨의 졸업사진과 달리, 변호인이 제시한 사진에는 안경을 끼고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한 조씨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는 데 차이가 있었다.
변호인: 조씨를 종종 만났기 때문에 당시 모습을 기억하시죠? 이것도 기억나는 대로 답변해야 합니다. (조씨가) 당시 유행하던 샤기컷, 플라스틱 안경 착용하고 다녔다는데 맞나요?
박씨: 네 맞습니다
변호인: 사진을 쭉 보여드리겠습니다. (2*3, 6장의 사진 중) 위에 두 사진과 가운데 왼쪽 사진은 학술대회 속 조씨의 캡처 사진입니다. 아래는 각종 학술회의 및 봉사 활동에서의 조씨의 사진들입니다. 이 사진들(봉사활동 속 조씨)을 보면 '딱 조씨 맞네' 그런 생각이 드나요? 맨 아래의 왼쪽을 보면 딱 조씨다. 그렇나요?
박씨: 네 맞습니다.
변호인: 오른쪽 사진 (세미나 영상 속 측면 여학생 사진)과 맨 아래쪽(봉사활동 속 조씨) 사진을 보십시오. 그때 검찰은 (졸업) 사진만 보여줬을 텐데, 이걸 보면서 얘기해보세요.
박씨: 검찰 조서에서는 나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저 동영상을 보여줬을 때 '조씨가 맞다'고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검사님도 이제 사건을 위해서 여러 가지 증거를 수집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면서 "(검찰이) 이런 증거를 보면 아니지 않겠나요?"라고 하시기에 "그럼 아닐 수도 있겠다"고 말했지만, 보자마자는 저도 조씨를 오래 봐와서 "이건 조민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인: 비록 10년 이전이지만, 6장 사진 다 동일한 조씨가 맞다는 거죠?
박씨 :네 맞습니다.
증언을 보면, 동영상을 본 박씨가 "이거 조민이다"라는 반응을 보였음에도 검찰은 아닐 가능성이 있냐는 취지로 되물어봤다는 것이다. 박씨는 1심에서도 검찰이 제시한 조민씨의 졸업사진과 영상 속 사진을 함께 보고 조씨와 비슷하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조 前장관 부부는 직접 발언권을 얻어 박씨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박씨가 고교에 재학할 당시 두 가족이 종종 식사하면서 자신이 인권동아리 활동을 권유한 것이 기억나냐고 물었다. 이에 박씨는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 교수는 '딸 조민씨가 세미나 저녁 자리에 참석하는 바람에 박씨가 홀로 자신을 찾아와 함께 밥을 먹었다'며 '집에도 들어와 조 전 장관 서재에서 책 몇 권을 빌려 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박씨는 이에 대해 "(정 교수와) 저녁을 먹은 경우가 몇 번 있었지만, 그게 세미나 당일인지는 명확한 기억이 없다"고 답변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이날 공판에 출석하며 “세미나에 참석한 제 딸을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고 쉬는 시간에 대화도 나눴다. 제 딸을 보았다는 여러 증인들은 허깨비를 본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