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위를 디지털로 기록하는 라이프로깅(Life logging)도 메타버스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생활의 기록이 개인적인 일정표나 일기와 같은 형태를 넘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로 공개될 땐 조금 더 있어 보이게 설정이 가미되기도 한다. 가령, 등산을 하던 중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려고 일부러 바위 위에 등산화와 생수병, 수건 등을 정성스레 배치하고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 현실의 나와는 다른 가상의 자아를 만들게 하는 메타버스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만큼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오는 것이 아닐까. 최근 메타버스가 새로운 산업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까닭도 이렇게 현실 속 나와는 다른 또 다른 나를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육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기존의 가상현실 활용교육과 새로운 메타버스가 접목된 교육은 명확히 구분 짓기 어렵다. 또 교육은 현실의 내가 받아들이고 소화해야 하는 과정이므로 가상 속에서 내가 대신한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 일반적이진 않지만, 가상의 내가 존재하는 메타버스와 교육이 접목된 예는 있다. 바로 ‘Autcraft’라는 것인데, 인기 게임인 마인크레프트로 만든 자폐증(Autism) 아동과 그 가족들을 위한 사이트이다. 승인된 사람들만 참여하고 따돌림과 악플이 없는 규칙을 정해 안전한 가상사회를 만들었다. 이 메타버스 안에서는 사람들 스스로가 최고라고 느낄 수 있도록 격려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우도록 해 자폐 아동이 사회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이보다 일반적인 예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어 회화다. 현실 속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것은 무척 쑥스러운 일이지만 가상세계에서는 더욱 편하고 과감하게 영어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기도 하다. 결국 메타버스라고 얘기되는 가상세계에서는 경험의 생성‧확장을 통해 교육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는 체험하기 어려운 상황을 메타버스에서 경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교육‧학습이 이뤄진다. 그리고 이렇게 새롭게 생성되거나 확장되는 경험은 시각 경험, 조작 경험, 관계 경험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작 경험’은 가상세계에서 장비나 상황 변수를 조작해 환경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가상 실험실에서의 화학 실험이나 물리 실험 등이 이런 조작 경험에 해당하며 기술적으로는 조작하고자 하는 가상세계에 대한 시뮬레이션 알고리즘이 필요하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디지털 트윈, 미러월드 등이 이런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관계 경험’은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행위를 통해 학습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얘기한 시각 경험이나 조작 경험은 기존의 실감형 교육 서비스와 유사한 것으로 주로 학습자와 컴퓨터가 만들어 놓은 가상세계가 일대일로 연결돼 경험이 일어나게 된다. 관계 경험에서는 여러 학습자가 컴퓨터가 만들어 놓은 같은 가상세계에서 서로 관계를 맺는 다대다의 경험이 기본이다. 이런 메타버스 환경에서 자폐증 아동이 사회 경험을 하게 되고, 학습자가 가상세계의 상대방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하기 어려운 관계 경험 또는 현실과는 다른 방향의 관계 경험을 함으로써 다양한 학습이 이뤄질 수 있다. 즉 메타버스 내 가상의 내가 다양한 관계 경험을 통해 학습하게 되고 그 학습 내용‧결과가 현실의 나에게도 전이가 되는 것이다.
또다시 새로운 용어를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 이런 개념을 쉽게 설명하자면 ‘스쿨버스(Schoolvers)’라고 할 수 있겠다. 메타버스가 가상의 학교가 되고 이 새로운 학교 환경에서 확장된 경험으로 학습이 이뤄지는 ‘완전히 새로운 학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