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이달 말로 예정했던 미국 방문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이 장관은 하반기 본격 대선정국이 시작되기 전인 이달 안에 남북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북한이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면서다.
15일 통일부에 따르면 이달 말로 잡고 준비해온 이 장관의 방미 일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추후 방미 계획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대미·대남기조를 공개하지 않고 침묵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식량·비료 등 민생협력을 포함해 백신 지원 등 보건·의료 협력까지 '유인책'으로 제시했다. 이 장관은 "전 지구적 위협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하고 식량·비료 등 민생협력을 포함하는 포괄적 인도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활동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통일부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글로벌 파트너십 합의에 따라 북한에도 백신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북한에 직접 백신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추가로 내놨다. 하반기 본격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 대북지원이 정치적 의제에 휘말려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각종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임기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동력상실을 고려해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 기념 '2021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통일정책포럼'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10·4 선언이 정권교체로 인해 동력을 상실한 경험을 갖고 있는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잔여임기 내 남북 간 주요합의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하노이 트라우마'(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한국정부 책임론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오지랖 넓은 중재자' 프레임(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 실장은 "북한이 상반기 중 대남·대미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내지 않을 것"이라며 "인민 경제 개선 노력에 집중하면서 북·중관계 강화를 통해 향후 대외 전략 환경 변화 가능성에 대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이달 '상순' 개최를 예고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의 공식 대미·대남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달 초로 예상됐던 전원회의 개최 소식이 이날까지 공개되지 않으면서 북한이 대남·대미 메시지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북한이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반응을 내놓은 것은 '평론가 개인명의'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반발한 것이 전부다. 북한은 미사일 지침 종료를 겨냥해 자신들도 '자위적인 국가방위력 강화'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강경한 대외정책을 피력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