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군납 38년 독점…정부, 규제 안하나 못하나

2021-06-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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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7개 지역협동조합, 흰우유 군납 독식

정부, 2010년 경쟁입찰 시도 했지만 유야무야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서울우유협동조합과 지역 군소 업체가 38년 동안 군납 우유를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납 우유는 전체 흰 우유 시장에서 미미한 수준이지만 급식 우유와 달리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2010년 민간업자에게도 우유 군납 문화를 개방해 가격과 품질경쟁을 유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농협과 낙농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는 11년이 지난 현재도 해당 논의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장병들에게 우유가 처음 보급된 것은 1983년부터다. 당시 국방부는 ‘영세 낙농가 육성’ 취지로 농협과 수의 계약을 맺고 서울우유와 춘천철원축협, 대전충남우유, 전주김제축협, 전남낙협, 경북대구낙협, 부산우유 등 7개 협동조합에서 우유를 납품받았다.

하지만 다른 유가공 업체들은 이런 계약이 특혜라며 헌법소원까지 내고 반발했다. 이에 정부는 2010년 농협과 소속 7개 조합이 독점하던 우유 군납제도에 대폭 손질을 시도했다. 당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민간업자에게 우유 군납 문호를 개방하려고 했다.

그러자 서울우유 및 지방 협동조합, 낙농가들은 즉각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국방부 등 주무 부처와 면담을 통해 현행대로 조합이 군납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잡음이 발생하자 정부는 같은 해 국무총리실 주관 관련 부처 합동회의에서 군납 우유 입찰 제도 전환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우유 군납 업체 결정 방식은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800억원대 군납 우유 시장…꾸준한 매출·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

지난해 군납 우유는 총 2만3000t 규모다. 이는 국내 전체 흰 우유 판매량(136만t)의 1.7% 수준이다. 군납 우유 시장 규모는 600~800억원대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작은 시장에 유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국내 업계의 특수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유 회사가 흰 우유를 만들 때 반드시 남는 잉여원유가 생긴다. 이 잉여원유는 학교 방학 때처럼 우유 소비가 줄면 생산원유의 50%가 넘기도 한다. 군납 우유를 수주하게 되면 잉여원유를 줄일 수 있다.

또 학교 급식과 달리 방학이 없어 꾸준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군인들이 우유를 거의 매일 접하는 만큼 기업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대 800억원대 군납 우유 시장은 알짜배기 시장이고 공급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이를 한 업체에서 독식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발효유는 군납 시장 진출이 가능한데, 흰 우유만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우유 군납 시장 진입을 희망하는 업체가 있다면 참여의 기회를 줘야 한다. 매출을 끌어올릴 수는 없겠지만 소비재인 만큼 기업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양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과 관계자는 “우유 군납업체 결정 방식은 현재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검토하게 되면 들여다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정부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지난 11년간 우유 군납 시장은 독점 시장으로 굳어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우유 군납 문화가 투명해야 하며 경쟁을 통해 입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갈수록 투명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우유 군납업체 결정 방식은 공개 경쟁 입찰로 가야 한다”며 “그동안 관행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1년 유예기간을 두고 경쟁 입찰 쪽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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