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은행 등 금융권에 연 2000억원 규모의 서민금융 출연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이른바 '금융판 이익공유제'에 대한 윤곽이 발표됐다. 금융사들은 법안으로 마련된 만큼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부와 정치권의 끊임없는 '팔꺾기식 비용부담 전가'에 대해서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8일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 시행령'과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금융회사 범위를 기존 상호금융, 저축은행에서 은행, 보험,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전 금융회사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출연금은 햇살론뱅크와 카드 등 새로운 정책서민금융상품 재원으로 사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입법예고 단계여서 구체적인 출연금 규모까지는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가계대출 규모가 큰 대형은행의 경우 출연금이 200억원 안팎 가량 되지 않을까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앞둔 금융권의 불만은 여전하다. 정부가 세금으로 감당해야 할 복지재원을 사기관인 금융권에서 떠안는 형국인 데다 서민금융과의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은행권의 서민금융 재원 출연이 합당하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더욱이 금융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의 일환으로 오는 9월까지 차주 대상 만기연장 및 이자유예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드러나지 않는 리스크 부담은 더욱 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정부가 지분을 가진 금융기관이 아닌, 주주가 주인인 금융회사"라며 "코로나 관련 신규 금융지원, 대출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으로 안 그래도 잠재적 부실이 쌓여가고 있고 정부의 한국판 뉴딜 등에도 적지 않은 비용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번 서민금융 지원까지 비용부담 압박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서민금융 출연 조건으로 제시된 '5년 일몰제'가 향후 추가연장되거나 가계대출 증가에 따라 출연액이 늘어나는 등 비용부담이 더욱 가중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과연 5년 뒤 제도가 끝났다고 정부당국이 출구전략을 허용할지, 금융권이 추가 출연 지원을 칼같이 끊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