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왕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를 오늘날 시가총액 1조 위안(약 174조원) 클럽 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은 쩡위췬(曾毓群·53) 창업주다.
그는 푸젠(福建)성 소도시 닝더(寧德) 시골마을의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성공한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최근 '홍콩 수퍼맨'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을 제치고, 홍콩 최고의 갑부에 올랐다.
어렸을 적부터 총명했던 쩡위췬은 명문 상하이교통대 선박엔지니어 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푸젠성 성도 푸저우의 한 국유기업에서 안정적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갔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철밥통’도 때려치우고 광둥성 둥관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난다. 첫 번째 도박이다.
그곳에서 일본 전자부품 기업 TDK의 홍콩 자회사 SAE에 취직한다. 10년을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은 그는 1999년 동료 엔지니어들과 함께 창업에 도전한다. 두 번째 도박이다. 둥관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회사 이름을 'ATL'로 지었다. 휴대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을 예감한 그는 휴대폰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공계지만 배터리에 '무지'했던 그는 사업을 하면서 배터리 공부를 위해 화난이공대 전자정보학과 석사는 물론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응집물질물리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따낸다. 이는 그가 배터리 사업으로 성공하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됐다.
배터리 회사를 창업한 지 5년 만인 2004년 세계적인 전자회사 애플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쾌거도 이뤄냈다.
닝더 출신의 한 기업가가 애플의 납품을 따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닝더시 관료가 직접 쩡위췬을 찾아와 제발 고향인 닝더로 공장을 옮겨 달라고 로비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ATL은 당시 이미 직원 수만 1000명이 넘는 어엿한 하이테크 기업이었다. 한낱 시골 깡촌에 불과한 닝더로 공장을 옮기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낙후한 비즈니스 환경이나 인프라로 볼 때 닝더로 가는 건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쩡위췬은 귀향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해서 2008년 3월 닝더시에 배터리 회사 CATL을 설립하고 공장도 세웠다. 쩡위췬은 닝더시에 아스팔트를 깔고 수로를 내는 등 현지 인프라 개선에 적극 나섰다.
닝더시 관료들도 CATL에 푸젠성 대기업 고객을 소개시켜주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우대 혜택을 내놓았다. 2018년엔 CATL의 주 고객이었던 연간 생산액 300억 위안에 달하는 상하이자동차그룹 승용차 공장을 닝더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 닝더는 푸젠성 현급 도시 중 GDP 성적표로는 만년 꼴찌였다. 하지만 CATL 덕분에 한낱 시골 산촌에 불과했던 가난한 도시는 오늘날 푸젠성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자랑하는 도시로 탈바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