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보미(29)가 "엄마 고마워"라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9년 차. '조금만 더해보자'는 마음으로 뛰었던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21 KLPGA 투어 제7회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6억원) 마지막 날 경기가 9일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아일랜드 골프장 서·남(파72·6650야드)에서 열렸다.
1번홀(파4)로 출발한 곽보미는 4번홀과 6번홀(이상 파5) 버디 2개를 낚았다.
전반 9홀 2타를 줄인 채 10번홀(파4)로 들어선 그는 후반 첫 홀 버디를 더했다. 이후 11번홀부터 18번홀(이상 파5)까지 8홀 연속 파 행진을 이어갔다. 추격하던 지한솔과는 1타 차로 우승을 확정 지었다.
곽보미는 이날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쥐고 평균 253야드(231m)를 날렸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64.29%(9/14), 그린 적중률은 77.78%(14/19)의 통계치를 냈다. 퍼트 수는 30개였다.
2010년 프로로 전향한 곽보미는 2012년 KLPGA 투어에 데뷔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2부 격인 드림 투어로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이 대회 전까지 총 85차례 출전했다. 최고 성적은 준우승이었다.
우승이 없었으니 마음고생이 심했을 만하다. 곽보미는 "지난해 투어 카드를 잃으면 그만하려고 했다. 운 좋게 60등이 돼서 올해 또 1년만 더 하자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승으로 투어 카드 걱정을 안 하게 돼서 너무 좋다"며 "사실 어제가 어버이날인 것도 둘째 날 끝나고 알았다. 그동안 짜증도 많이 냈는데 다 받아주면서 항상 옆에 있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곽보미는 첫날 종료 후 대부도 안에 위치한 한 식당을 방문했다. 우연히 같은 식당을 방문한 기자는 그가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말 수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적었지만,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 앞에서는 맛있게 먹었다. 환한 미소를 지은 식당 주인의 사인 요청에도 묵묵히 응했다. 주인의 "감사합니다"에도 들릴 듯 말듯 "네"라고 답했다.
그의 침묵은 어쩌면 무관의 설움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86번째 출전 만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곽보미는 식당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환한 미소를 띠었고, 그간의 설움을 눈물과 함께 흘려보냈다.
지한솔은 이날 버디 4개, 보기 1개를 엮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8언더파 208타로 목전에 둔 우승을 놓쳤다.
임희정(23)은 팬클럽(예쁜 사막여우)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버디 7개, 보기 1개를 엮어 6언더파 66타, 최종 합계 6언더파 210타로 전날 밤 25위에서 3위로 22계단 껑충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