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가 열린 영국 런던에서 3자 회담을 개최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3자 협력을 재확인했다.
국무부는 이날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명의의 발표문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3자 연대를 촉진하고 북한 핵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공동의 우려를 논의하기 위해 오늘 런던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장관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다른 상호 관심사를 위한 합심한 3자 협력 약속을 재확인했다”면서 “북한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들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결의안의 완전한 이행, 핵 확산 방지, 억지력 강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도 앞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북한 핵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공유하는 우려와 관련해 한국의 정 장관과 일본 모테기 외무상을 만났다”면서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3자 협력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한·미·일 외교장관은 북한·북핵 문제 관련 그간 3국이 긴밀히 소통해 온 점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미국 측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한·일 양측에 설명했다”면서 “세 장관은 향후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3국간 계속 긴밀히 소통·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일 런던에서 정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을 따로따로 회담하기도 했다.
과거사 문제로 냉랭했던 한·일 외교수장이 3국 회담 이후 양자회담을 통해 드디어 머리를 맞댔다. 지난 2월 취임한 정 장관이 3개월째 모테기 장관과 전화통화조차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역시 최대 현안인 과거사 등에서 이견 차만 확인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는 못했다.
두 장관은 런던 시내의 한 호텔에서 20분간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정 장관은 회담 직후 “좋은 대화를 했다”면서 “어젯밤에도 모테기 외무장관과 오래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두 장관은 경직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했고, 회담장에서 악수는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악수 대신 하는 팔꿈치 인사도 하지 않았다.
20분 정도의 회담에서 두 장관은 오랫동안 교류가 없던 만큼 북핵 공조는 물론 과거사 문제와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민감한 현안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과거사 문제를 두고도 평행선을 달렸다. 정 장관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주변국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데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반대 입장을 밝혔다.
모테기 장관은 이에 원전 오염수를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라는 일본식 표현을 사용하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모테기 장관은 위안부 소송과 관련해 한국 측에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구했고,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선 자국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조기에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정 장관은 이에 “일본 측의 올바른 역사 인식 없이는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