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⑨] 전대차 계약하면 공공입찰 참여 못한다?

2021-04-26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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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봉 중기 옴부즈만 "작은 기업을 살리는 일은 작은 규제개선부터"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규제개혁은 거창한 것이 아닌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중소기업옴부즈만]
 

#공장을 임차해 물품을 제조하는 A중소기업은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공장 부지 일부를 B기업에 재임대(전대차)했다. B기업은 공공조달 물품입찰참가자격 등록 서류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거절당했다. 직접생산확인 자체기준표상 ‘전대차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규정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공공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B기업은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공공조달은 중소기업에 중요한 납품처다. 연간 160조원에 달하는 공공조달의 물품과 용역 계약은 소기업이 중소기업,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게 하는 디딤돌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성장에 상당한 영향이 있는 공공조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제품 의무구매비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경영 현황은 열악하다.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경제 위기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킨다.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인력과 자산정리 등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기업 소유의 공장부지를 줄이거나 판매 또는 임대하는 것도 이런 방편 중 하나다. 특히 임차기업이 자기 공장부지를 다른 기업에 재임대해 주는 전대차도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는 생존을 위한 기업의 자구책을 헛수고로 만든다. 조달청은 지난해 ‘제조물품 직접생산확인 기준 고시’를 개정하면서 이전에는 없던 ‘기업의 전대차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이 요건으로 위 사례의 B기업은 물품입찰참가자격등록을 거부당했다. 전대차계약을 통해 A기업과 B기업 모두 ‘경영부담 완화’라는 이익을 볼 수 있었지만, 특별한 사유 없는 규제는 이들을 도산 위기로 몰고 갔다. 

해당 전차인인 B기업은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도움을 요청했다. 전대인인 A기업도 부당하다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중기 옴부즈만은 소관기관인 조달청에 전대차를 금지하는 해당 규정을 삭제해줄 것을 건의했다. 박주봉 중기 옴부즈만은 "해당 사항을 검토한 결과 특별한 이유 없이 전대차 금지 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열악한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유사한 규정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자 간 직접생산 확인기준’은 전대차 제한이 없어 양 규정 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접생산 확인기준은 제조업체가 직접 물품을 생산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이지, 기업의 공장소유나 임대 여부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달청은 "현행 규정도 제조공장·생산시설은 임대차에 의한 직접생산을 허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올해 하반기 중 전대차에 의한 직접생산도 인정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해당 규정이 개선되면 전대차계약을 통해 입주한 영세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주봉 중기 옴부즈만은 "규제개혁은 거창한 것이 아닌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시작한다"며 "같은 규제라도 체급이 작은 중소기업에는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깨알 같은 작은 규제도 놓치지 않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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