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어브릭 열풍]팍팍한 삶에 판치는 한탕주의

2021-04-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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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브릭 투기 붐, 관영매체까지 경고

자본금·전문성 불필요, 너나없이 시도

사재기·짝퉁 세탁 등 수법도 교묘해져

젊은층 고된 삶 반영 사회문제 지적도

일본 메디콤토이의 아트토이 제품인 베어브릭 라인업. [사진=메디콤토이 홈페이지 ]


곰 모양의 피규어에 예술적 디자인을 입힌 '아트토이' 베어브릭이 중국에서 큰 인기다.

수급 불균형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니 투기 조짐이 확연하다.
관영 매체까지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고된 삶에 지친 중국 젊은이들이 점점 한탕주의에 매몰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곰 한 마리가 30만 위안! 투기로 집을 사려는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확산하는 베어브릭 투기 열풍을 분석한 보도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도 '어떻게 곰 한 마리로 몇만 위안을 벌 수 있는가'라는 기사를 내며 비판 행렬에 가담했다.

중국에서 관영 매체들이 특정한 사회 현상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건 심상치 않은 문제라는 뜻이다.

광저우에 거주하는 샤오옌(小嚴)은 신화통신에 "2000위안짜리 베어브릭 몇개를 샀는데, 요즘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시험 삼아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리니 3000위안에 팔렸다"고 말했다.

이 정도는 애교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베어브릭 투기 붐을 소개하며 "일본 제과 업체 후지야와 콜라보한 70cm 크기의 베어브릭 출시가가 2200위안이었는데 국내 모 플랫폼에서 3만1009위안에 거래됐다"며 "차익이 14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2012년 5월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카우스(KAWS)와 합작해 출시한 한정판 베어브릭 가격은 현재 14만4999위안(약 2498만원)까지 뛰었다.

몬스터라는 아이디의 한 웨이보(微博) 커뮤니티 운영자는 "전에 30만 위안짜리 베어브릭도 본 적이 있다"며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다는 희소성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인민일보가 베어브릭으로 부동산 투기를 할 셈이냐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돈이 된다는 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베어브릭 투기에 나서고 있다.

거액의 자본금도,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없다. 진입 문턱이 낮아 누구나 시도할 수 있다.

투기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모습이다. 베어브릭 구매 대행을 하는 한 청년은 "중개상으로부터 대량으로 사재기를 한 뒤 웃돈을 얹어 온라인 플랫폼에 올린다"며 "여유 자금이 많을수록 이 수법이 통한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매점매석이다.

짝퉁을 속여 팔기도 한다. 가짜 제품을 일단 일본으로 보낸 뒤 현지에서 '해외 배송' 딱지를 붙여 정품인 것처럼 중국 내 소비자에게 발송하는 식이다.

베어브릭 제조사인 일본 메디콤토이는 매월 일정 물량을 시중에 내놓는데, 이때 해킹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제품을 선매(先買)하는 수법도 있다.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도 베어브릭 붐에 편승해 이득을 챙긴다. 가짜 제품 거래가 횡행하다 보니 정품 검증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판매자나 소비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투기에 몰두하다 자칫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중타이증권의 양창(楊暢) 수석 애널리스트는 "베어브릭 열풍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필수 소비재보다 선택적 소비재에 구매력이 쏠리는 현상을 반영한다"면서도 "수급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장기간 지속될 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베어브릭 중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이 그려진 제품은 한때 거래가가 1만 위안까지 올랐다가 유통량이 늘고 인기가 시들해지자 3000위안대로 급락했다.

시장조사 전문가 원즈훙(文志宏)은 신경보에 "투기로 가격이 뛰면 필연적으로 거품이 생기게 된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터지면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파동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아트토이 기업 임원은 "우리 제품이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며 "저성장과 취업난 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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