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환율 관찰대상국 유지…정부 "미국의 신뢰 지속"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발간한 반기환율보고서(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멕시코 등 11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관찰대상국은 제재받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된다.미국은 2015년 무역 촉진법에 따라 △지난 1년간 200억 달러(약 22조원) 초과의 현저한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12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3개 항목을 기준으로 각국의 환율 정책을 평가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대미무역 흑자(248억 달러)와 경상수지 흑자(4.6%) 등 2개 부문에서 관찰대상국 기준에 해당했다. 달러 순매수(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GDP의 0.3%(53.5억 달러)에 그쳐 환율조작국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우리가 공시하는 내역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대만, 환율조작국 아닌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
이번 환율 보고서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대만은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됐다. 미국 재무부는 대만이 3개 요건에 모두 부합했으나 불공정한 무역 이득 획득을 위한 환율 조작 근거 불충분으로 대만을 조작국 명단에 올리지는 않았다. 대신 대만에 심층분석을 실시하기로 했다.아울러 대만과 함께 베트남, 스위스도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환율조작국에서 해제되면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어졌다. 앞서 베트남과 스위스는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된 바 있다.
미국 재무부는 중국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앞서 2019년 8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이후 5개월여만인 2020년 1월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직전 이를 해제하고 중국을 관찰대상국으로만 분류했다.
다만 중국에 외환개입 행위, 환율관리 체제의 정책 목표, 해외 위안화 시장에서의 행위에 관한 투명성 개선을 촉구했다.
바이든 '동맹 중시' 기조 반영 해석도
이 결정을 놓고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 중시 기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대만과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특사를 파견하고 동반자 관계 심화에 나서는 등 대만을 중국 견제를 위해 중요한 협력 대상으로 설정했다. 또 대만은 전 세계가 반도체 칩 공급난을 겪는 와중에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이기 때문에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 대만 중앙은행 관계자는 "미국 재무부가 대만을 환율조작국에 지정하지 않은 것은 대만이 미국과 효과적인 대화를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첫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을 지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작국 지정이 효과가 없고 정치화 우려를 촉발하자 국제통화 정책에서 덜 대립적인 접근법을 취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환율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주요 교역국의 외환 정책을 평가하는 자료다. 재무부는 종합무역법(1988년)과 무역촉진법(2015년)에 따라 매년 4월과 10월 2차례 주요 교역국의 경제·환율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