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보상 규모 중 역대 최대 금액이다. 막대한 합의금에도 시장은 SK이노베이션의 재무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조원이 넘는 유동성 자산에 더해 자회사 지분매각, 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유입될 자금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영업비밀 침해 판결 합의금과 관련해 올해부터 연 5000억원씩 2년에 걸쳐 1조원의 현금을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한다. 나머지 1조원은 2023년부터 배터리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한다. 로열티는 합의금인 1조원에 도달할 때까지 지급된다.
로열티 지급 시작일은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 공장 가동 계획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1분기부터 조지아 1공장 가동을 시작해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 공급을 시작한다. 2023년 1분기부터는 2공장도 가동에 들어간다. 2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포드에 공급될 예정이다.
올해 전체로는 약 1조5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2조6000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역시 기존 전망치를 하회하게 됐다. 다만 정유·석유화학 부문의 수익률 개선 폭이 커 1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충당금에 따른 재무건전성 타격은 사실상 미미하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유동자산은 13조3000억원이다. 이 중 당장 지급이 가능한 현금성 자산만 2조9000억원 수준으로 5000억원의 충당금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올해 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1조원을 조달했으며, 페루 광산 매각까지 포함하면 2조원의 현금이 확보된 상태다.
이와 함께 자회사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다음달 IPO 예정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통해서도 추가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특히 SKIET의 IPO 후 기업가치는 5조6000억~7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약 70%에 달하게 된다. 기업가치 최소 전망치인 5조6000억원을 적용해도 SK이노베이션이 가진 지분 가치는 3조92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에게 있어 이번 합의금은 부담될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리스크 해소로 인해 얻을 이익이 더욱 크다”며 “미국 내 배터리사업 리스크 해소와 동시에 정유·화학 부문 사업환경이 크게 개선돼 내년에는 2조원대 영업이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