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시제도 현실화, 반드시 가야할 길

2021-04-0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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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부실 논란, 과장된 측면 있어

[사진=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 감정평가사 협회 제공]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 사태와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가 크다.

여기에 공시가격의 대폭 상승이 더해져 부동산 이슈가 앞으로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기준이자 국민건강보험료 및 기초연금 수급 등 다양한 행정 목적에 활용된다.

공시가격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소속 감정평가사가 조사·평가하는 표준지 공시지가, 한국부동산원이 조사·산정하는 표준단독주택 및 공동주택가격이다.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10.37% 올랐다. 표준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은 각각 6.68%, 19.08% 상승했다. 공동주택의 경우 2007년 이후 14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이는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예견된 바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부동산 공시가격 목표 현실화 수준을 90%로 설정해 공동주택은 5~10년, 단독주택은 7~15년, 토지는 8년 내 목표치에 도달한다. 1989년 공시지가 제도 도입 이후 줄곧 제기돼 온 형평성과 현실화 제고 필요성의 연장선에서 나온 정책이다.

올해 공시가격은 현실화 제고분에 부동산 상승분까지 더해져 대폭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시가격 산정근거와 절차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 공시제도 자체의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

필자는 공시지가 조사·평가 업무에 직접 참여해 온 관련 전문가단체의 대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현상에 막중한 직업적 책임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맞는 공시가격 현실화 제고는 더 미룰 수 없다.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이 늘어나고, 세금 부담에 따른 국민경제의 건전한 활력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실화 추진에 대한 도전이 만만치 않다. 우선 공시가 현실화는 재산세 등 부담 증가로 인해 급격한 변화가 쉽지 않다. 공시가격 현실화와 별개로 재산세 등 공시가격 적용의 단계적·탄력적 운용방안이 필요하다. 정부도 전체 공동주택의 92.1%를 차지하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한 특례세율 적용으로 재산세가 작년보다 감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으로 정확도와 형평성이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 증가는 조사의 정확성과 형평성에 대한 비판으로 귀결된다. 정확성과 형평성은 정책 추진의 신뢰도를 좌우한다. 이를 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고 다양한 사전·사후 검증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일부에서 제기하는 공시가격 부실 논란은 과장된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 공시가격의 산출근거가 공개돼 과거보다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일부의 사례로 공시가격이 제대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멈추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52만 필지의 표준지, 23만 가구의 표준단독주택, 1,420만 가구의 공동주택에 대해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완벽한 조사를 수행하는 게 매우 어렵다.

공부(公簿) 서류와 현황의 불일치, 용도의 다양성, 인구 감소에 따른 빈집 증가, 개발지역의 거래가격 급등, 거래 부족 및 비정상 거래에 따른 가격 왜곡 등 공시조사의 어려움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의견제출, 이의신청, 사전·사후 검증 등 다양한 절차를 통해 공시가격의 정밀도를 높여가야 한다.

어느 나라든 전문성이 인정된 기관이 공시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30년간 전문기관이 수행해 왔고 객관화를 위한 개선작업은 진행 중이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공시제도에 대해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접근은 위험하다.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회영역처럼 부동산에서의 공정성 실현을 위해 정부·지자체 및 조사 주체들이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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