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포스트 팬데믹 글로벌 신(新)질서와 한국의 선택지?

2021-04-0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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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심축 서클에 들어가야 장기적으로 유리-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된 후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세간에는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고착되면서 ‘엔데믹(Endemic)’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변종 바이러스가 계속 창궐하고 있는 것이 이에 대한 설득력을 보탠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근원적으로 환경 파괴와 이에 따른 기후 변화로 비롯된 인재(人災)라고 보면 자업자득이다. 영리한 인간이 축적된 과학과 기술로 대처하여 나겠지만 완벽한 방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는 처방 과정에서 국가 간의 명암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있다. 국가가 강제하는 물리적 처방만으로는 위기 극복의 우위에 설 수 없다는 그것이 더욱 명료해지는 특징이기도 하다.

지금 지구촌에서는 두 개의 현상이 목격된다. 4차 대유행의 궁지에 몰리고 있는 국가군과 백신 접종의 효과로 희망의 불쏘시개를 지피고 있는 국가군이다. 먼저 털고 일어나는 국가일수록 포스트 코로나로 생겨나는 글로벌 질서의 선점 경쟁에서도 승자의 위치에 선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마저 돈다. 봉쇄가 풀려야 경제에 활력이 살아난다. 내수는 물론이고 국제 무역도 이의 연장선에 있다. 정상화가 빠르게 되는 국가나 개인이 이동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 벌써 ‘백신 여권’과 관련한 국가 간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도 하다. 수출을 막고 접종을 차별하는 백신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상들과 무관치 않다. 백신과 관련한 부익부 빈익빈은 이미 예고되었던 것으로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백신 접종자 수 1억 명을 돌파하면서 오는 7월 말 전체 인구의 90%가 접종을 마칠 것이라는 목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프로 야구가 개막되고 일부 주에서는 100% 관중이 입장한다. 5월부터는 전 공무원 정상 출근이 시작되고, 항공권값이 껑충 뛰면서 여행 상품도 불티가 난다. 공장은 완전 가동되고, 일손이 모자라는 판이다. 억눌렸던 소비까지 터지면서 오히려 인플레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V자형 경제회복이 가시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8%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바이든 정부의 2조 3,000억 달러 인프라 투자 재정 투입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미국의 일대 면모일신이 두드러진다.

미국의 자신감은 대외 정책에도 탄력을 받고 있다. 중국에 대한 압력 공세가 예상외로 빠르게, 그리고 강력하게 전개된다. 신장·홍콩·대만의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면서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린다. 전통적으로 인권 문제에 보수적 태도를 보여온 유럽을 한 편으로 끌어들이면서 중국과 유럽 간의 분열을 부추긴다. 반도체·5G·AI 등 포스트 코로나 첨단 기술 지배권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작업에 속도를 낸다. 일본, 한국, 대만 등을 미국의 우산 속에 두기 위해 공을 들인다. 민주주의의 가치와 첨단 기술의 보호라는 두 축을 심하게 흔들면서 미국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중국 편에 설 것인지를 강요하고 있다. 어정쩡한 위치에 걸터앉아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세다.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축의 선택이 자유롭고, 소외감을 줄이고 운신의 폭도 넓어져


이에 중국이 적잖게 당황하는 기색이다. 팬데믹을 역이용, 미국의 혼란을 틈타 간격을 대폭 좁히겠다는 중국의 계산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따라잡고, 중국 의존도를 최대로 높여 아시아 주변국이나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에 차질이 생겨나고 있다. 시(時)·세(勢)가 중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그간의 판세에 금이 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과 공존하는 ‘차이메리카’ 시대는 이미 정착되었고, ‘G0(그룹 제로)’라는 신(新)냉전으로 물타기를 하면서 궁극적으로 패권을 쟁취하겠다는 중국몽 시나리오의 연착륙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고 있는 것인가.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중국과 뿌리칠 수 있는 기반 구축을 위한 미·중의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

미국 바이든 호(號)의 노선은 지난 트럼프 정권과는 확연히 다르다. 미국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동맹과의 협력을 통한 다자주의에 초점을 맞춘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는 것이 중심축 구상이다. 중국의 패권 저지를 위해 아시아 지역에 우선 ‘중심축 국가(Pivot States)’를 구축하려고 한다. 미국 주도로 축의 중심을 잡고, 이에 참여하는 국가와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개념이다. 사실 이 전략은 중국이 먼저 꺼내 들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유럽과 연결하는 중앙·서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축을 만드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곳곳에 잡음이 생겨나면서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상이다. 어느 축에 더 많은 지지 국가들이 모이느냐에 따라 축의 기울기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에게도 크게 두 개의 도전이 불쑥 등장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로 조성되고 있는 신(新)질서의 가운데 서느냐, 아니면 변방으로 나가떨어지느냐 하느냐는 갈림길에 내몰리고 있다. 우선 코로나 반사이익을 누리려면 방역에 성공해야 하며, 당장은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경제의 회복으로 대만·베트남·태국 등의 국가들이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중심축의 어느 편에 서느냐 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과대한 눈치 보기가 갈 길 바쁜 발목을 잡는다. 기업은 중국 의존도 축소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정부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매달릴 것이 아니라 거꾸로 중국이 안달하게 해야 한다. 어디든 축의 중심에 포진해야지 멀어지면 손해는 필연적이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 도쿄, 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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