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소원수리] 합참, 이 정도면 북한 확성기

2021-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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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KN-23 개량형 사거리 합참-북한 발표 엇갈려

합참, 북측 설명과 다르자 "남쪽 방향이면 포착"

'초기' '혹시' '남쪽 방향이라면' 면피성 발언만

합참 공보실장 김준락 대령(오른쪽)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혹시 남쪽 방향이라면 우리가 모든 정보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30일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지난 25일 동해상으로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 KN-23 개량형 탐지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내놓은 답변이다.
합참 측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탐지레이더 특성을 고려하면 지구 곡면에 따라서 동쪽으로 발사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정보 자산) 초기에 포착되는 부분을 설명 드린 것"이라며 미흡함을 인정하는 뉘앙스를 비췄다.

특히 40초가량 답변 시간을 쓰는 동안 '초기'라는 말을 네 차례나 반복하며 KN-23 개량형 탐지 실패를 '항상 있는 일'인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처럼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남한(남쪽)을 향해 쏜다면 모든 정보를 포착할 수 있다'는 증명되지 않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합참은 지난 25일 발사된 북한 KN-23 개량형 미사일 사거리를 450㎞로, 북한은 600㎞로 발표했다. 당장 군 탐지 능력에 구멍이 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다. 한·미 정보 자산을 총동원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합참이 북한산(産) 앵무새가 아닌 이상 먼저, 스스로 나서서, 아무런 의심 없이 사거리 600㎞라는 북한 발표를 믿을 이유는 없다. 특히 '초기'라는 말을 4회나 반복하며 한·미 정보 자산 신뢰성에 타격을 주는 발언은 더욱더 삼가야 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우리 군 탐지 능력 논란에 대해 "우리 군 당국 발표를 더 신뢰한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레이더로 보고, 일본도 약 420~450㎞로 이야기하고 있다. 레이더에 잡힌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간인도 군 정보 자산에 대한 신뢰를 보내는 판에 합참은 "추가로 의문을 품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초기', '혹시', '남쪽 방향이라면' 등 면피성 발언으로 의심될 용어만 줄줄이 나열했다.

합참 측은 이에 대해 "(미사일이) 우리 쪽이 아닌 옆(동해·서해)으로 가는 경우 초기 정보가 맞을 수도 있고 차이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인데 그것을 정밀 분석 중이라는 얘기다"며 "북한 미사일 탐지 능력에 의문을 품는 데 대해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북한은 남한을 향해 탄도미사일급 시험 발사를 한 적이 없다. 통상적으로 KN-23과 같은 탄도미사일은 일본 쪽(동해)으로, 경우에 따라 순항미사일은 중국 쪽(서해)으로 발사했다. 합참 해명대로라면 그간 언론에 공개한 수많은 북한 발사체 사거리와 고도 등 제원은 추후 한·미 정보 자산 취합에 따라 고무줄이 늘고 줄 듯이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합참이 북한산 앵무새처럼 북한 발표를 우선시하는 이유가 되레 짐작되는 대목이다.

서욱 장관의 국방부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방부가 합참과 다른 점은 상황에 따라 유불리를 따져 북한 발표를 취사선택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6일 노동신문을 통해 전날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가 "신형전술유도탄"이라며 "신형전술유도탄은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라고 분명히 했다.

신형전술유도탄이 바로 KN-23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신형전술유도탄을 개량했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對北)제재 사항인 KN-23 개량형을 탄도미사일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국방부가 지난 2019년 5월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며 처음 등장한 KN-23에 대해 이미 국방백서에서 19-1 SRBM(short-range ballistic missile, 사거리 1000㎞ 이내인 전술 탄도미사일)으로 명명한 데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방부는 "분석  중"이라며 회피하고 있다. 합참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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