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소를 찾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았다.
이날은 만 65세 이상 요양병원 입소자에 대한 AZ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날로, 정부가 목표로 하는 집단 면역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올해 만 68세, 김 여사는 만 66세다.
강 대변인은 “오늘 9시 30분부터 바로 참모회의를 주재하셨고, 회의는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면서 “백신 접종 이후 대통령께선 편안하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업무에 곧바로 복귀한 취지에 대해 “특별히 취지는 설명드릴 것이 없다. 외부일정이 있어도 바로 돌아와서 회의를 주재한다”면서 “백신 접종에 대해 어제 대통령도 강조했지만 (국민들이)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으시고 접종 순서가 되면 접종에 임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접종을 한 후 김 여사를 기다리며 “전혀 문제가 없는데”라며 AZ 백신의 안전성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 부부의 접종을 시작으로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입원자 및 종사자 37만5061명, 1차 대응요원 757명,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5671명, 거점전담병원 및 감염병 전담병원 865명 등 총 38만2354명(잠정 추정)이 AZ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 부부의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오는 6월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진행됐다.
정부는 지난 17일부터 ‘필수목적 출국을 위한 예방접종 절차’를 실시하고 있다. 공무상 국외 출장,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국외 방문의 경우 등에 한해 예방 접종을 하도록 한다.
먼저 문 대통령 부부는 사전 작성한 예진표를 들고 보건소를 방문했고, 주민등록증으로 본인 확인을 마친 뒤, 건강 상태를 묻고 답하는 간단한 예진을 받았다.
예진을 마친 문 대통령은 재킷을 벗고 흰색 반팔 와이셔츠 차림으로 접종을 기다렸다.
접종을 맡은 간호사가 “오른팔을 자주 사용하시니 왼팔에 놓아드리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왼쪽 반팔 셔츠를 조금 더 걷었다.
간호사는 AZ 백신에서 주사액을 뽑은 뒤 “따끔하세요”라고 하며 접종했고, 문 대통령은 “주사를 잘 놓으시니까 조금도 안 아프네요”라고 말했다.
이후 김 여사가 상의를 벗고 반팔 차림으로 대기했다. 문 대통령은 김 여사의 접종 모습을 지켜보며 “주사 놓는 솜씨가 아주 좋다”고 농담 섞은 덕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왼쪽 팔에 주사를 맞은 김 여사는 접종이 끝나자 “벌써 끝났어요”라며 웃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접종 후 관찰실로 이동해 30분간 대기했다. 문 대통령 부부 외 청와대 필수 순방인력 9명도 함께 백신을 접종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백신 접종을 함께하는 청와대 참모들은 강 대변인을 비롯해 서훈 국가안보실장, 유연상 경호처장, 김형진 국가안보실 2차장, 탁현민 의전비서관, 신지연 제1부속비서관, 최상영 제2부속비서관 등이다. 1부속실 행정관, 경호처 직원 1명 등도 접종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G7 출국 대표단과 함께 접종을 받고자 질병관리청이 G7 출국 대표단 예방접종 실시기관으로 지정한 종로구보건소에 직원들과 동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통상 대통령의 진료는 대통령 전담병원인 국군서울지구병원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 부부는 다른 대표단 구성원들과 함께 접종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 부부를 포함해 11명이 함께 접종을 받는 것은 접종 현장에서 폐기량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잔량도 활용하라는 방침에 따라 접종기관인 종로구 보건소에서 1바이알(병)당 11도즈(회) 접종이 가능하다고 확인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부부의 2차 접종 일정과 관련해 “면역(항체) 형성에 2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면서 “6월 (영국으로) 출국 예정이니 2주를 빼면 5월 중순을 전·후로 해서 2차 접종을 하셔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문 대통령의 백신 접종과 관련해 ‘특혜 시비’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 부부가 AZ 백신을 접종했다”면서 “대통령은 G7 회의에 참석한다며 ‘패스포트 백신’을 맞는데 국민들은 맞고 싶어도 백신 보릿고개에 허덕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청와대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데 대해 “국민의 마음을 엄중히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특히 부동산 투기 근절을 요구하는 민심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이어 “그래서 전날 문 대통령도 고강도의 투기 근절 대책을 말한 것”이라며 “수보 회의 메시지는 강력한 부동산 적패 청산 의지를 담아서 하신 말씀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 말대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동산 투기 구조와 관행을 바꾸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정부는 만전을 기할 것”이라면서 “물론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방역 관리,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계속 진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실시해 22일 발표한 주간 정례 여론조사(15~19일 전국 18세 이상 2510명·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p, 자세한 내용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34.1%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2.2%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