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판매 1만대 조기 달성’,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차지’, ‘국내 수소 생태계 확장’ 등등.
오는 19일로 출시 3년을 맞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FCEV) ‘넥쏘’의 그간 성적표다. 대학교 학점으로 따지면 ‘에이 플러스(A+)’를 받기 충분한 실적이다. 하지만 친환경차 전환을 꾀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생태계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넥쏘는 2018년 3월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이후 지난 2월까지 3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1만3624대가 팔려나갔다. 당초 2018년 2월 신차 출시에 앞서 밝혔던 목표 ‘2022년 누적 판매 1만대 달성’을 이미 초과한 셈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판매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출시 첫해 총 949대를 팔았지만, 이듬해 판매량이 4987대로 폭증했다.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6781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정체 속에도 수소전기차가 업계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덕분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선도자가 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는 수소차 부문에서 조기에 실현됐다. 수소전문 시장조사업체 H2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승용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지난해 넥쏘의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무려 75.1%에 달한다. 전년 62.9%보다 12.2%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경쟁자로 꼽혔던 일본 도요타의 ‘미라이’는 같은 기간 31.4%(1960대)에서 21.7%로 시장 점유율이 오히려 줄어들며 자존심을 구겼다. 3, 4위를 기록한 일본 혼다 ‘클라리티’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GLC-F-Cell’은 이보다 더 저조한 점유율로 사업 포기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민간이 수소전기차 개발과 인프라 확대에 힘을 쓴 결과 국내 관련 생태계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며 “현대차가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로 올라설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수소생태계 리드
앞으로도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성장 그래프는 가파른 우상향을 그릴 것으로 예측된다. 친환경차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수소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의 ‘2020 글로벌 자동차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순수전기차(BEV) 29%,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25%, 수소전기차 24%, 내연기관차(ICE) 22% 순으로 재편된다.
친환경차에 대한 장밋빛 전망일 수 있지만, 절반만이라도 현실화한다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대박’이 터지는 셈이다. 10년 후에 수소전기차 시장이 약 1000만대 규모로 성장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최근 수소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프라 확장에 앞다퉈 나선 상태라 전혀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현대차도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을 확대하고, 판매도 늘릴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에서만 넥쏘의 판매 목표를 전년(5786대) 대비 74.6% 증가한 1만100대로 잡고 있다. 이같이 매년 그 수치를 확대해 오는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 연간 판매량을 11만대로 늘린다는 목표다. 그 사이 1회 완충으로 최대 800㎞를 갈 수 있는 넥쏘의 후속모델도 2023년 새롭게 선보인다.
수소전기차 판매의 핵심인 인프라 확산에도 주력한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 국내 연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주요 부품 협력사와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를 위해 총 7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다만 국내외 수소전기차 생태계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직까지 수소전기차가 일부 국가에서만 운영되고, 이로 인해 인프라도 미비한 게 현실이다.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도 주요 국가에 수소경제 협력을 제의하고, 함께 시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전기차의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충전시설 확대와 정비비용 감소,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제고 등이 중요하다”며 “수소경제 확대는 민간 차원에서는 제한이 있어 정부가 육성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