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국채금리 급등세에 중국 통화정책 긴축 불안감까지 겹치며 중국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올 들어 강세를 이어온 중국 주식과 위안화는 결국 올해 상승분을 몽땅 토해냈다.
중국 본토주식(A주) 벤치마크 지수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하이·선전증시 대형주로 구성된 상하이·선전300지수(CSI300)는 9일 2% 넘게 하락하며 5000선이 붕괴됐다. 종가는 4970포인트로, 2월 최고점(5807포인트) 대비 14% 넘게 하락한 수치다. 전날인 8일에도 하루 새 3.47% 추락했다. 7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었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 예상보다 빠른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전망을 반영한다고 판단한 시장은 글로벌 유동성 긴축을 우려하고 있다. 이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주식시장에 타격을 가져온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에서 가장 먼저 벗어나 다른 나라보다 앞서 경기 회복에 성공한 중국 주식시장에 조정장이 뚜렷이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수개월간 상승랠리를 이어오며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크게 높아진 탓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국증시 대장주 구이저우마오타이조차 힘을 못 쓰고 있다. 2019년 말부터 약 2배 급등한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는 지난 2월 고점 대비 25% 남짓 폭락하며 8일엔 2000위안 선도 무너졌다. 한 달 만에 시가총액의 4분의1이 증발했다.
중국의 긴축 우려가 커진 것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이미 가파른 경기 회복세 속에서 올 초부터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특히 이달 초 궈수칭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세계 금융시장과 자국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경고하며 중국의 긴축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리커창 총리가 지난 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중국은 계속해서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급격한 부양책 철회는 없음을 시사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고공행진하던 위안화 가치도 급락했다. 9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6.5388위안으로 고시했다. 전 거래일보다 0.84% 올린 것으로, 그만큼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하락했다는 뜻이다. 위안화가 달러당 6.5위안대로 치솟은 건 지난 1월 4일(6.5408위안)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이로써 위안화는 올 들어 절상 분을 이미 반납했다.
이는 최근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지톈허 BNP파리바 중국 담당 스트레지스트는 홍콩 명보에서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미·중 간 금리차가 축소된 데다가 미국 경기 회복세에 따른 달러화 강세, 여기에 분기 말 중국 기업들의 결제용(달러 매수) 수요가 늘어나 위안화 환율이 단기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