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지난해 11월 '육군 22사단 월책 허용 사건'을 일으킨 북한 남성에 이어 이달 16일 같은 사단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로 월남한 북한 남성 역시 '민간인'으로 판단했다.
북한 남성 A씨를 붙잡아 조사를 막 시작한 시점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대공용의점이 아닌 민간인을 우선 언급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먼저 민간인이 영상 4~5도 찬 겨울 바다에서 6시간 시간을 헤엄쳐 월남하는 게 가능한지다. 통상적으로 4~5도 바닷물에선 특수한 훈련을 받은 사람이 잠수복을 입어도 30분 이상 수영이 힘들기 때문이다.
서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현장 확인 결과 당시 (북한 주민이) 잠수복을 입었는데 방수복처럼 일체형이 된 옷에 안에는 점퍼 같은 것을 입고 졸라매서 물이 스며들지 않게 돼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대략 6시간 정도 수영해서 왔다고 진술했는데 그렇게 (체온을 유지하며) 잠수하고 헤엄치고 온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의원에 따르면 북한 주민이 처음 발견된 곳은 군사분계선(MDL)에서 직선거리로 3.6㎞이지만 군 감시를 피하려면 5㎞ 정도는 둘러 헤엄쳐야 한다. 북한군 경계병도 피하려면 북쪽으로도 5㎞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바다에 들어가야 하므로 총 10㎞ 이상을 수영해야 한다.
북한 남성이 수영에 특화된 슈트가 아닌 잠수에 특화된 머구리 장비를 착용하고, 여기에 체온 유지를 위해 점퍼를 껴입었다면 상체 움직임이 둔해져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서 장관은 '잠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군 당국이 머구리 장비와 오리발 외 부력을 가진 부유물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북한 남성이 얼음장 같은 차가운 바다에서 자력으로만 10㎞ 이상을 수영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체력적 문제로 생존 수영처럼 상당 시간을 수면 위에 둥둥 떠왔을 가능성이 높다. 당일 동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높은 파도가 일었다. 특히 국립해양조사원 자료를 보면 지난 16일 새벽 해류는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서 장관 발표대로라면 낮은 수온과 풍랑주의보가 맞물린 최악의 상황을 군사 훈련도 받지 않은 민간인이 실전에서 단 한 번 만에 성공한 셈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군도 북한 남성 진술만을 가지고 민간인으로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공용의점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 장관이 민간인을 우선 언급한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해 11월 육로를 통해 육군 22사단 높이 3m가량 철책을 넘은 북한 남성 역시 '민간인'으로 판단했다. 왜소한 체구인 기계체조 선수 출신이어서 손쉽게 넘었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그러나 북한 남성이 사건 당시 △육군 22사단 관할 GOP 철책을 넘어 왜 즉각 투항해 귀순의사를 밝히지 않았는지 △14시간 동안 군 수색 작전을 피해 월책 지점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는지 등 의문은 여전하다.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군은 민간인인지 북한군인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