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中 IT업계 '훙바오 돈잔치' 속 러스왕 ‘빚자랑’ 전말

2021-02-0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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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바오 마케팅 도중 돌연 122억 위안 빚 공개한 러스왕

춘제 훙바오 마케팅 '역 이용' 재치에 中 네티즌 감동

이틀간 러스왕 앱 다운로드 20% 증가...'효과 대박'

훙바오 이벤트 규모 내세운 중국 IT업체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속 '빚 122억 위안' 표기한 러스왕 앱. [사진=웨이보 캡처]


러스왕(樂視網 LeTV)의 '빚 122억’

최근 이틀간 중국 온라인 상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다. 춘제(春節·중국 설)를 앞두고 중국 IT기업들이 자사의 훙바오(紅包·세뱃돈) 규모를 내걸고 돈 자랑에 나선 가운데 러스왕은 반대로 ‘빚 자랑’에 나서면서 이목을 끈 것이다.
 
애플리케이션 아이콘에 '빚 122억' 표기... 이틀간 中 온라인 달궈 
8일 중국 36커 등 다수 매체에 따르면 지난 6일 러스왕의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된 후 앱 아이콘에는 없던 글자가 생겼다. ‘빚 122억(欠122億)’ 이라는 글자다. 얼핏 보면 이는 최근 중국 다수 IT업체들이 전개하고 있는 훙바오 마케팅처럼 보인다.

이 달부터 본격적으로 훙바오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IT업체들은 수십억 위안에 달하는 훙바오 규모를 내세우기 위해 앱 아이콘에 각각 자사의 훙바오 규모를 표기했다. 구체적으로 핀둬둬는 28억 위안을 나눠 뿌린다는 의미의 ‘펀28억(分28億)’을, 바이두는 ‘펀22억’, 콰이서우와 더우인은 각각 ‘펀21억’, ‘펀20억’을 아이콘에 표기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빚 122억’이라는 글자가 러스왕 아이콘에 표기되면서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중국 대표 검색포털 바이두는 물론이고, 웨이보 검색 순위에 ‘122억 빚’이라는 검색어가 상위에 올랐다.

관련 영상이나 게시물 조회 수도 수억 회에 달했다. 추측도 이어졌다. 기술상의 오류일 것이라는 의견과 러스왕의 실제 채무액이 122억 위안에 달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러스왕의 실제 채무액이 122억 위안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쏠렸는데, 이는 러스왕이 현재 빚더미에 앉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러스왕은 지난 2004년 베이징에서 설립돼 2010면 8월 12일 선전거래소 창업판에 상장됐다. 그러나 당시 회사의 창립자인 자웨팅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채가 나날이 불어갔고, 적자난이 계속되면서 결국 지난해 5월 상장 폐지됐다.
 
어려움 낙관적으로 헤쳐나가겠다는 정신 담은 춘제 이벤트... 결과는 대박
러스왕 측은 이와 관련 이틀간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다가 8일 오전이 되어서야 공식 입장을 내놨다. 춘제를 맞이한 러스왕의 작은 이벤트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러스왕은 다수 IT 업체들이 수십억 위안에 달하는 훙바오 마케팅을 과시하고 있지만, 러스왕은 많은 부채 때문에 이 같은 마케팅을 전개할 수 없는 상황을 역 이용해 남들과 다른 춘제 이벤트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러스왕의 자회사인 러룽즈신(樂融致新)의 장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122억 빚’ 사건과 관련한 36커와의 인터뷰에서 “러스왕은 여전히 빚이 많고, 이를 마케팅적 관점에 활용할 수는 없을지 동료들과 함께 논의했는데, 그 결과 우리의 부채는 비밀이 아니었다”며 “지난 몇 년간 러스왕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스스로를 풍자했다”고 설명했다. 열심히 빚을 갚고 있으며, 하지만 낙관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실제 채무 규모가 122억 위안은 아니라고 장 CEO는 덧붙였다.

이 같은 러스왕의 전략은 주효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빠른 러스왕의 부채 상환을 기대한다며, 러스왕의 낙관적인 정신에 감동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이틀간 러스왕의 앱 다운로드도 약 20%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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