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구자성 서울성모병원 뇌혈관센터장 “겨울철 뇌졸중 오해와 진실”

2021-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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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성 서울성모병원 뇌혈관센터장.[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최근 북극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뇌졸중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막상 상담을 해 보면 뇌졸중에 대한 잘못된 지식으로 지나치게 걱정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 뇌졸중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흔히 뇌졸중은 겨울철에 잘 생기는 병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뇌졸중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 병이다. 계절에 따른 뇌졸중 발생에 대한 연구에서도 그 결과는 일정하지 않다. 또 겨울철에 뇌졸중 발생이 늘어난다고 주장하는 일부 연구에서도 많이 걱정할 정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추운 겨울에는 체온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말초 혈관이 수축되고, 이로 인해 평소보다 혈압이 오를 수 있어 뇌졸중, 특히 뇌출혈 발생 위험이 좀 더 오를 수는 있다. 따라서 겨울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겁을 낼 필요는 없고, 평소 해 오던 건강 관리를 꾸준히 유지하되 혈압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충분하다. 

잦은 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중년 이후 환자들의 대부분은 뇌졸중 걱정을 한다. 두통은 뇌졸중에서 흔히 나타나지만 핵심 증상은 아니다. 흔히 머리 여기저기가, 혹은 뒷머리가 뻐근하고 땅기거나 쿡쿡 쑤시는 등의 심하지 않은 두통은 단순 긴장형 두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졸중을 의심해야 하는 중요한 증상은 두통보다도 ‘갑자기’ 발생하는 ‘신체기능 마비’다. 뇌졸중은 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졸지에(갑자기)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에 증상 또한 ‘갑자기’ 나타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뇌졸중에 의한 신체기능 마비 증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5대 증상은 반신마비, 의식장애, 언어장애, 시각장애, 어지럼증 등이다. 이런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면 반드시 응급실로 가는 것이 좋다. 설사 수분 혹은 수십분 만에 좋아지는 경우에도 방심하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다만 두통 중에서도 벼락치듯 갑자기 머리가 심하게 아프면서 울렁거림이나 구토를 동반하는, 소위 벼락 두통은 뇌졸중, 특히 뇌출혈일 가능성이 있어 다른 신체증상이 없더라도 신속히 병원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자식은 필연적으로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은 가족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뇌졸중 또한 가족력의 영향이 있지만, 그 정도가 그리 크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고령)다. 나이가 들면 가족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나이 드신 부모님이 뇌졸중을 앓았다고 해서 가족력의 영향이 있을까 불안해하며 굳이 미리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50세 미만의 젊은 나이에 뇌졸중을 앓은 가족이 여럿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주의할 필요는 있다. 이 경우에도 무조건 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을 것이 아니라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후 판단하는 것이 좋다. 

끝으로 뇌졸중이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검사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검사는 검사일 뿐 치료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검사만 하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다만 중년 이후에 고혈압·당뇨·고지혈·흡연·과음··비만 중 한두 가지 이상의 요인을 가지고 있다면, 경동맥 초음파 검사는 고려해 볼 수 있다. 경동맥은 뇌로 혈액을 보내는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는 혈관으로, 턱 아래 피부 밑에 있어 초음파 검사로 손쉽고 안전하게 동맥경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경동맥 동맥경화는 뇌졸중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우리 몸 혈관의 동맥경화 정도를 추정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고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동맥경화 관리 정도를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경동맥 동맥경화가 있을 경우 그 정도가 심하면 수술로 제거하거나 스텐트 삽입이 필요한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며 대부분의 경우는 적극적인 약물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뇌 MRA 검사는 머리 안쪽 뇌의 혈관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초음파에 비해 고가의 검사인 점을 고려할 때 비용·효과 측면에서 굳이 꼭 필요한 검사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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