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보름간 주요 시중은행 고객들이 90만좌 이상의 정기예금을 중도에 깬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해지 금액은 10조원에 이른다. 연초 '증시 랠리'가 이어지자, 상당수 서민이 주식시장에 올라타기 위해 '급전'까지 구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1~1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중도해지된 정기예금 수는 총 91만3106좌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한달 동안 해지된 정기예금이 124만8773좌, 2019년 1월은 106만411좌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1월 보름간 중도해지한 계좌수는 상당한 수준이다.
목돈을 굴리는 대표적 금융상품인 정기예금은 보통 '급전'이 필요할 때 중간에 깬다. 이 때문에 올해 1월 정기예금 중도해지 건수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예금까지 건드려야 할 정도로 생활비가 부족한 고객이 늘어났다는 신호라고 은행권은 보고 있다.
여기에 중도해지된 돈 상당액이 증시로 이동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현재는 다소 주춤한 양상이지만, 코스피는 새해 들어서자마자 사상 처음 3000 고지에 올라선 후 단숨에 3200 선을 돌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라 정기예금이 대거 해지됐는데, 당시에는 생활비가 부족한 고객이 대부분 실행한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이후 정기예금 잔액 자체가 줄어드는 가운데 예금해지가 증가한 것은, '동학개미운동'에 동참하지 않으면 '나만 뒤처질 수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따라 서민들이 대거 해지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626조8920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5156억원 감소했다.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640조7257억원을 기록한 이후 11월(-8415억원), 12월(-7조4765억원)에 이어 올해 1월까지 석달 연속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도 한달 새 6722억원 감소해 40조648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167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