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로 번진 G2 기싸움…바이든 '민주주의 외교' 시험대

2021-02-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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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상반된 반응

美 '제재' 경고 vs 中 "외부세력 간섭 안돼"

美 제재시 '미얀마-중국 밀착' 초래 딜레마

바이든, 국내 현안 해결 시급…"쉽지 않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여파로 한층 격해질 전망이다. 일단 쿠데타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은 크게 갈린다. 미국은 당장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내 미얀마 군부를 비판했다. 반면 중국은 내부 협상이 잘 해결되기 바란다는 원칙적 입장 발표에 그쳤다. 이처럼 엇갈린 반응은 갈등의 양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미얀마에 맞선 이들'=중국?

2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공식 성명을 통해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이 미얀마에 맞서고 있는 이들에 대한 경고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미얀마에 맞서고 있는 이들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으로 상징되는 미얀마 민주주의 파괴에 나선 군부 세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미얀마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대부분 국가들 사이에서 미온적 태도로 눈길을 끌었다. 중국 정부는 “미얀마 각 측이 헌법의 틀에서 갈등을 적절히 처리해 정치사회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 발표에 그쳤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루카스 마이어스 아시아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은 자국의 전략적이고 상업적인 노선을 지키기 위해 미얀마의 (정치사회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싶어한다"고 해석했다. 

미얀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첫 해외순방지로 선택하고, 지난달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문할 만큼 중국이 공을 들이는 국가 중 하나다. 경쟁 상대인 인도에 제안한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BCIM)’ 경제 회랑의 완성을 위해선 미얀마의 협조가 필요하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대립 중인 필리핀과 베트남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미얀마의 지지는 필수적이다. 

양국이 이처럼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성명에서 언급한 대(對)미얀마 제재 복구 움직임이 결국 중국을 겨누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언급하며 미국의 미얀마 제재 복구에 중국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며, 결국 미얀마 사태가 미·중 경쟁의 새로운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특히 석유, 가스 등을 운반하는 파이프 연결 사업과 관련해 미얀마는 대륙을 통과하는 길목에 있다”며 중국이 지정학적·경제적으로 중요한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미얀마의 최대 두 번째 교역국이라는 점도 이번 사태가 미·중 갈등을 격화시킬 거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은 미얀마에 215억 달러(약 24조원)를 투자하며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미얀마에 투자를 많이 한 국가로 기록됐다. 또 중국의 미얀마 투자규모는 미얀마 전체 무역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미얀마 무역 규모의 10배에 달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왼쪽)·신화통신 연합뉴스]

◆바이든 민주주의 복원의 첫 시험대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우는 민주주의 복원 정책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며 경제제재 복구를 시사했지만, 이런 압박은 미얀마를 중국에 밀착시키지 않으면서 풀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미얀마 사태는) 동맹국과 협력하면서 중국에 맞서는 새로운 아시아 전략을 펼치는 바이든 행정부에 첫 주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면서 “아시아·태평양 정책을 구축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에 중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수습 등 국내 현안에 집중해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얀마) 문제에 얼마나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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