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당선자에게 바란다 [대한체육회장 선거 D-2]

2021-01-1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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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사진=윤강로]


2021년부터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의 새로운 100년이 시작된다. 100년 중 첫 4년을 이끌어갈 체육회장 당선자는 중차대한 위치에 있다. 중요한 직책과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 당선자에게 시무십조(始務十條)를 보낸다.
 
시무1조 : 체육회장은 적재적소의 일꾼을 등용해야 한다.

당선된 체육회장은 앞으로 정부 예산을 받아서 실행만 하는 집행 기관에서 벗어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체육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이를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안하여야 할 것인데, 이런 구체적인 기획력과 실행력에서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탕평책으로 기용하여 스포츠 무대에서 검증된 실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할 것을 건의한다. 기존의 정치 지향적이고 구태의연한 지위와 자리에 연연하는 패러다임 답습이 아니라 체육인들의 실질적 소망과 염원이 이루어지도록 체육인이 원하는 방향을 최대한 수렴하여 가맹경기단체는 물론 체육 동호인들이 실행 가능한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활약할 수 있도록 반영하기를 바란다. 선 순환적 전략적 가치를 최우선시하여 쌍방향 소통을 이루어 내도록 2021년부터 체육회의 새로운 100년 시작이 힘차게 도약하는 추진동력을 글로벌 마인드로 업그레이드하기를 바란다. 그러한 ‘체육 주도 성장’을 이루어내는 새로운 인물들로서 새 역사를 체육인들과 함께 쓸 수 있도록 하여 이 시대를 주도하는 테마로 스포츠가 답임을 글로벌 마인드로 증거 하기를 바란다. 체육이란 사명을 띠고 체육계에 몸담으며 시작했다가 체육의 본연의 사명에 따라 섬기고 획기적 체육 발전의 사명을 완수하면서 주어진 역할과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내공 충만하고 체육 공동체 출신, 쌍방향 국내외 체육계 소통력 검증과 실행 가능성이 담보된 리더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시무2조 : 체육회장은 상근직 책임 회장이 답이다.
체육회장이 선출직이지만 비상근·무보수·자원봉사직이다. IOC 위원장을 위시하여 전세계 206개국 올림픽위원회 위원장들은 모두 선출직이지만 통상 보수를 받는 상근직이며 그래서 최고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고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체육인들과 국민이 이해하도록 책임을 진다. 미국(USOPC)이 그랬고 일본(JOC)도 그러했다. 대통령도 월급을 받고 상근하기에 나랏일 전체를 통치하며 책임을 지지 않으면 탄핵소추도 가능한 것이다. 이제 체육회장은 선출직이지만 혹여 월급을 안 받기에 무보수·비상근·무책임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 체육인들이 뽑아준 체육대통령은 상근하며 체육 전반에 온 정성을 쏟고 책임질 일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체육이 바로 선다. 그래서 체육회장은 월급도 받고 책임도 지고 상근해야 하는 것이다. 체육회장이 명예직이 아닌, 상근직이어야 하는 이유는 '윤리 의식에 따른 무한 책임'에 있다. 지금의 체육회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세평이 중요하다. 미국 성폭력 사건의 경우 가해자에게 형을 집행했고, IOC 위원을 겸하고 있는 미국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및 사무총장이 줄줄이 사퇴했다. 그래서 이러한 사건을 책임지고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상근직으로 변경하고, 원칙적으로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체육회장이 모든 분야에 정통할 수 없기에 해당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을 발탁하여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여야 한다. 체육회·KOC·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어 몸집이 클 대로 커진 체육회를 이끌기 위해서는 체육회장은 상근하고 각 분야 별 최고 실력가와 전문가들을 편 가름 없이 기용하여 집단지도 체제로 나아가는 길이 체육회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길이다. 2032년 서울·평양올림픽 공동 유치 성사를 위해 선봉에 서야 할 체육회가 적재적소의 역할분담과 책임 분담이 이루어질 때 체육회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체육회의 새로운 100년이 시작된 2021년 새로 선출되는 체육회장은 무한 책임과 무한 체육 애정을 실천하는 공평무사한 상근 체육 대통령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시무3조 : 뒤떨어진 한국의 국제스포츠계 위상 제고를 위한 제안.

한국 스포츠계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줄어든 탓도 아니요,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려워져서도 아니다. 다만 국제무대에서 끊임없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을 지속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세계 체육계에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그러나 국제 스포츠계는 결국 영어로 소통하는 곳이며, 영어 소통 능력이 부족하면 실력이 있어도 제 목소리로 의견을 내고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분야의 국제단체나 기구도 마찬가지이며, 그 결과 영어에 약한 일본이나 중국의 발언권이 국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 반해 영어권에 속하는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지도자들이 오히려 쉽게 국제기구의 수장이 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미 국제 스포츠계에서 경험과 인맥 그리고 역량을 쌓아 온 해당 종목, 해당 분야 국제관계 전문가들(지도자·행정가·국제 심판 등)에게 스포츠 외교 역할을 맡기는 것은 향후 대한민국 스포츠가 세계 스포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임을 확신하는 바이다. 그뿐만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가맹경기단체를 비롯하여 전방위적으로 체육인들을 국제 스포츠계에 데뷔시키도록 국제스포츠계 인맥 연결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야 하는데, 이런 역할 감당을 위해 '스포츠 영어 아카데미'(가칭)를 설립하여 국제스포츠 무대를 특성화한 맞춤식 영어 및 국제 스포츠외교 환경 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는 영어를 잘하는 심판 진이 부족해 국제 경기에서 심판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이에 대한 타개책을 마련함으로 한국 체육계가 국제 체육계에서 저변 확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무4조 : 남북 스포츠 교류 활성화와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유치를 위하여.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기간 중 한국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남북한 NOC 간 스포츠 교류 협정 체결을 위해 북측 관계자들과의 사전 막후교섭을 통하여 성사(남측: 이연택 KOC 위원장/북측: 박명철 북한 NOC 위원장 간의 서명) 시킨 바 있다. 남북체육 교류는 양국 정부나 민간 차원을 비롯해서 국제적으로도 매우 환영하고 있으며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희소하다. 이는 스포츠가 가진 순기능이며, 정치적 갈등 상황 속에서 인류 공동의 화합을 위한 전진을 앞당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2032년은 향후 11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도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 실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근 바뀐 IOC 규정으로 인해 2032년 올림픽 개최지 결정은 2022~2023년 사이에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작업과 막후교섭을 통해서 체육 교류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지금까지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의 남북한 공동행진을 비롯하여 탁구·축구·조정·카누·아이스하키 등의 종목을 통한 남북한 단일팀 구성 및 출전을 통한 남북한 체육교류의 물꼬가 이어져 왔는데, 앞으로 이를 더 확장하기 위한 여러 실행방안이 추가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일례로 남북한 대학생들 간에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친선 대회를 연다거나, 남북한 대학교 간 교류 협력전 같은 형태의 민간 교류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각종 세계 대회나 올림픽 등에 남북한 공동 팀을 만드는 문제도 지속 발전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더 나아가서 여타 종목들에서도 이런 선례에 따라 교류와 협력의 계기가 생기도록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제안하고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시무5조 : 선도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스포츠 강국인 한국이 다른 분야에 비해 스포츠 후진국인 국가들에 후원이나 지원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타 국가에 대한 지원이 빈약하다는 것은 물질적인 지원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 그 이면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이웃 국가인 일본의 경우는 전범국 이미지 희석을 위해 많은 지원책을 개발도상국들에 만들어 지원해왔고, 중국의 경우는 아시아권, 혹은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패권국으로서의 위상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개발도상국들에 의도적인 지원을 해 왔다. 그에 반해 한국은 여전히 남북한 대치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는 자국의 안정화가 국제적으로 더 중요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의 수많은 스포츠 지도자들이 해외에 진출하여 개발도상국 팀들을 키워내고 있으며 이는 수많은 나라에 한국인 태권도, 양궁, 탁구, 축구, 배드민턴, 쇼트트랙 빙상 등 많은 종목 지도자들이 진출해 있음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 돕는다는 것은 결국 능력이 될 때 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은 실제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의 기구가 실행하고 있는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통해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사회봉사 사업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한국은 경제적인 분야는 물론 스포츠계에서 상당한 실력을 갖춘 선진국이며 선도국이다. 앞으로 나누고 베푸는 리더십을 더 확장시켜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시무6조 : 체육회 설립 취지에 맞는 국민건강과 체위 향상에 기하기 위한 제안.

한국은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메달 위주의 엘리트 체육 중심 국가이다. 대조적으로 생활체육은 낙제점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국민건강증진 관점에서 어떻게 균형 잡을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생활체육이 낙제점 수준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한국의 생활 체육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국민체육센터나 각종 지원시설도 증가하고 있고, 정부 예산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 2021년 체육 예산이 1조7594억원으로 2020년 하반부에 확정되었다. 이는 2020년 본예산 1조6961억원 대비 634억(3.7%) 증액된 것이다. 생활체육 분야는 일부 체육시설 건립사업의 종료로 2020년 예산 대비 410억원이 줄어든 8727억원으로 편성되었지만, 생활체육 프로그램 등의 지원은 2020년 예산 대비 267억원(4.2%) 증액된 6658억원이 편성되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민들의 삶 전체가 아직도 느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선진국들은 오후 5시면 퇴근해서 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퇴근 시간이 늦고 운동에 전념하기 위한 전반적인 시간 여유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유럽적 토양을 만들려면 이런 전반적인 삶의 질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강구할 대책이 있다면 우선 학교 체육 활성화를 제안하고 싶다. 유럽 선진국들은 학생들의 학습량이 적고 체육 교과의 경우 2~3시간 동안 충분히 운동하고 샤워도 할 수 있으나, 한국은 학업을 중시하며 체육 시간마저 자습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한 시간 내에 운동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이동하고, 곧바로 공부해야 하는 현재의 체육시간 형태는 운동하기에 매우 열악하다. 그러므로 체육 시간을 더 늘리고 샤워 시설이나 체육 관련 부교재를 더 확충해야 한다. 생활체육의 경우는 배드민턴, 탁구, 태권도, 헬스 등 실내 스포츠 종목 위주로 많이 확대되고 있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앞으로 유럽식 클럽제가 도입되면서 종목별로 클럽을 후원하는 기업체가 연계된다면 자생적인 활성화가 가능해져 갈 것으로 기대된다.
 
시무7조 : 국제스포츠 무대 스포츠외교 경쟁력은 영어가 답이다.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외국어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스포츠외교를 잘하려면 영어 등 외국어에 능통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다. 그렇지만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 사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미국인, 영국인 등 영어를 모국어로 완벽하게 구사하는 이들이 모두 스포츠 외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필자는 지난 40년 가까이 20여 차례 동·하계 올림픽대회에 참가한 바 있는데 주로 한국선수단 섭외 임원 겸 선수단장 대행(각종 선수단 관련 국제회의, 단장 회의 등에 단장 대리인 자격으로 붙박이 회의 대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또 한편으로는 IOC 총회, ANOC 총회, OCA 총회, EAGA 총회, 외신 기자회견 등에도 200여 차례 빠짐없이 KOC 회의 대표 및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국제 사무총장 자격으로 단골 대표로 평가받을 만큼 활동함으로써 스포츠계에서 국제대회에 가장 많이 참석하고 발언도 제일 많이 한 국내외 기록 보유자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리라고 확신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각종 스포츠 관련 국제회의 등에서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 영국, 호주 대표 중 발언 한 번 변변히 못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으며 오히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국가대표들이 옹골찬 발언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모국어로서 한국말 잘하는 스포츠 문외한(특정 전문분야에 근무해 본 적이 없는)이 명문대 국문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체육회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하여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다가 15개 시·도지부 대표들이 모두 모인 전국체전 비교평가분석 회의에 참가할 경우 그 우리말 회의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할 것이며, 더구나 연관된 발언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회의에 참석한 생소한 얼굴의 시·도 지부 대표들과 얼마나 효과적인 대화와 외교를 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면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어떤 사람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지 감이 잡히리라. '스포츠외교는 안면 장사'라는 진리 아닌 진리가 스포츠외교의 성격을 가장 효과적이고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물론, 안면이 잘 통하면서 영어 등 외국어 구사 능력이 수준급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역대 한국 IOC 위원을 역임한 분 가운데 고(故) 장기영 박사는 영어가 결코 수준급은 아니었지만, 동료 IOC 위원들 사이에서 가장 존경받고 인기 있고, 신뢰감을 주는 국제 스포츠외교통으로 한국스포츠외교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 할만한 인물이었다. 그러한 예는 지금도 즐비하다. 각 경기단체 인사들 중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힘깨나 쓰고 잘 통하는 분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이분들도 처음에는 영어 등 외국어 구사 능력이 수준급이었던 사람들은 아주 드물며 오히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함으로써 실전용 외국어 실력이 갈고 닦여 자기고 모르게 늦깎이 외국어 구사자들로 변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故 김운용 박사가 체육회장/KOC 위원장 재직시절(1993~2002년) 필자는 국제부장, 국제사무차장으로서 모시는 입장으로 국제 스포츠외교 무대에서 함께 활약했었다. 어느 날 김 박사께서 필자에게 "본인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도 했고 영어 등 외국어에 관한 한 아무런 불편이 없을 정도인데도 국제 스포츠 회의에 참여하기 시작하여 10년 지나니까 겨우 귀가 뚫리고 입이 트이더라"라고 술회한 적이 있었다. 김운용 IOC부위원장이 IOC위원 직에서 자진 사임한 뒤 그 시절 IOC에서 유일하게 활동 가능했던 한국 IOC 위원 청일점인 故 이건희 삼성그룹회장과 IOC 위원 선출 동기생인 북한의 장웅 IOC 위원 겸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기간 중 필자가 주선한 인터뷰에서 '스포츠외교 전문가 양성'과정을 일본의 '스시 전문가'의 그것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스시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0년간은 초밥을 손바닥 안에서 적절히 뭉치는 데 전념해야 하고, 그 후 5년에서 10년간은 회를 적절한 두께로 뜨는 기술을 연마하며 그 후 15년 내지 20년의 초밥 위에 회를 얹는 기술을 연마하는 기간을 지내야만 비로소 스시 전문가로서 인정받게 되는 것처럼 스포츠외교 전문가를 키우려면 국제 스포츠 무대에 15년 이상 꾸준히 내보내서 정성 들여 투자하고 관리해야만 가능하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한 국가의 산림녹화사업을 예로 들면 키 크고 우람하게 자란 나무 몇 그루를 옮겨 심어 당장 그늘 만들고 산을 덮을 수는 있지만 바람과 벼락을 맞으면 뿌리째 뽑혀 죽어버려 산림녹화사업이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될성부른 묘목을 선별해서 산 전체에 골고루 심고 정성스레 관리해 울창한 숲으로 가꿀 경우 산림 백년대계가 보장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스포츠 외교 미래 군단을 양성하려면 단발마적, 실적 위주의 비효율성, 사후활용도가 미미한 외국어 연수 과정을 중심으로 제한된 스포츠외교원 양성 계획보다는 KOC 국제업무전담 실무직원들과 가맹경기단체 국제업무 담당 직원들, 그리고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를 포함한 선수 및 경기 인들 중 분야별 스포츠외교 요원 꿈나무 자원으로 선별하여 이에 상응하는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를 통한 중·장기 인재양성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는 필자가 목격한 중국의 전설적인 스포츠 외교통의 성장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루 쉥롱 여사는 필자가 국제 스포츠 무대에 진출하기 시작할 무렵인 1980년대 초, 중국 스포츠외교 실무자로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필자도 유이균 당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의 국제배드민턴연맹(IBF) 임원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외교력 수행을 위해 故 박종철 대한배드민턴협회 사무국장의 요청에 따라 KOC의 경기단체 스포츠외교 지원 차 참석한 아시아배드민턴연맹 총회 및 이사회 등에서 루 쉥롱 여사와 조우하게 되었다. 필자가 루 여사의 역할 등에 관해 관심을 표명하자 루 여사는 중국올림픽위원회 및 중국국가체육위원회의 국제담당실무자로서 중국배드민턴연맹 회장 등 고위 임원에 대한 영어 통역 등 국제업무를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그 후 필자는 1986년경 1988 서울올림픽대회 전시 종목으로 채택되어 향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조직위 관계자 로비 차 방한한 영국올림픽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필자와 2008년 올림픽 IOC 평가위원으로 함께 활동하였고 현재 영국 IOC 위원인 Craig Reedie 당시 IBF 회장과 신라호텔에서 장장 4시간의 마라톤 담판을 벌여 배드민턴의 서울올림픽 전시 종목 채택을 조건으로 당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을 IBF 집행위원도 거치지 않은 채 월반하여 파격적인 조건부 IBF 올림픽 부회장으로 특별 선출되도록 Reedie IBF의 언질을 받아내었으며 실제로 유이균 회장은 당시 최초의 한국인 국제 스포츠 단체 부회장으로 특별 선출되어 활동하였으며 그 대가로 유이균 회장은 배드민턴이 서울올림픽 전시 종목이 되도록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배드민턴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정식종목이 되어 한국은 황혜영, 정소영, 박주봉, 김동문, 길영아, 하태권 선수 등 기라성 같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군단을 탄생하게 한 금밭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반면, 루 쉥롱 여사는 아시아는 물론 국제배드민턴 무대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안면도 익히고 차츰 중국의 회의 대표로서 입지도 굳히기 시작하였으며 중국 정부 및 올림픽위원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그 결과 루 여사는 아시아연맹과 국제연맹에서 분과위원으로 집행이사로 부회장으로 결국에는 IBF 회장으로 선출되어 국제업무실무자가 해당 분야의 제1인자가 된 입지전적 변신에 성공하였다.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는데 15년 가량 소요된 것이다. 루 쉥롱 IBF 회장은 이후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종목인 관계로 국제 스포츠 무대, 특히 IOC에서 그의 능력을 인정받아 국제연맹(IF) 회장 자격의 IOC 위원이 되어 IBF 회장직을 그만둘 때까지 IOC 위원으로서 중국 스포츠외교 권익을 위해 로비하였고 지금도 맹활약 중이다. 이는 필자가 스포츠외교 요원 발굴 및 양성과정에 있어서 좋은 예가 되는 '성공신화'로 인용하는 실화이다.
 
시무8조 :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스포츠가 나아갈 길.

태권도장과 탁구장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계 위협에 몰린 민간 체육 시설들이 살아날 수 있는 상생 방안에 대해 실효성 높은 구체적 대안과 아울러 능력 출중한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는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현장에 접목해야 한다. 우선 각 학교와 연계한 방과 후 체육 교실 방안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해외에이전시들에게 지속적으로 홍보 자료와 선수 명단을 보내고 한국 선수들을 해외로 보내는 것을 도와줄 특화된 전문기구를 체육회 내에 신설하고 인력을 확보하여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시무9조 : 선수 폭행 방지를 위한 대책.

한국 스포츠 지도자들은 여전히 군대식 위계로 선수들을 관리 감독하는 후진적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선수 폭행이나 학대로 인해 비극적 선택을 하여 큰 충격을 던졌는데, 아직도 개선의 효과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효과적 정책은 일선 지도자들 및 선수들과 끊임 없는 소통을 통해 진화해야 한다. 우선 지도자 선발 과정에서 인적성 검사를 해야 하며, 임용 전 필수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수 등의 제도를 통해 정기적인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합숙 훈련 제도를 지양하고, 특별한 경우 외에는 합숙 훈련을 일상화하지 않아야 하며, 지도자들의 급여를 현실화하여 처우 개선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시무10조 : 향후 체육회의 개선점 및 지향점.

한국 체육계가 이전보다 한층 혁신해야 할 대목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현실적 개선안들에 대한 복안들을 종합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선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엘리트 스포츠계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불신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는 시점에 와 있다. 이를 위해서 아래와 같은 세부 방안들을 제안한다.

(1) 합숙 훈련은 가족과의 단절을 가져와 청소년기의 균형감 있는 성장을 저해하고, 운동을 그만두었을 때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데 정서적인 어려움을 가져온다. 특별한 훈련 캠프를 제외하고 일상적인 합숙 훈련은 앞으로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지도자들에게 정기적인 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3) 또한 유럽식 클럽 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생활체육 육성 방안의 경우는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을 도모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유럽 선진국들에서도 엘리트 제도에 따르는 국가대표 훈련 센터나 혹은 스포츠 학교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엘리트 제도를 없애야 할 악습으로 보면 안 되며, 생활체육을 활성화하면서 그중에서 직업적인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한 엘리트 육성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4) 코로나 상황 속에서 스포츠계가 침체되어 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 가면서 생기고 있는 빈 교실들을 활용한 탁구장, 헬스장, 태권도장 등 여러 실내 종목들을 위한 시설들을 늘려가면서 체육인들과 연계한 학교 체육 활성화, 혹은 전문화를 시도해야 한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졸·외대동시통역대학원 수학
- 체육회 26년 근무(국제사무차장, KOC위원 겸 KOC위원장 특보)
- 2008년 올림픽 후보도시 선정 한국 최초 IOC평가위원
-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국제사무총장 및 평창2018조직위원회 위원장 특보
- 몽골국립스포츠아카데미 명예박사학위 및 중국인민대학교 객원교수 등
- 세계각국올림픽위원회 총 연합회(ANOC)스포츠외교 공로훈장 한국최초수상
- 부산 명예시민(제78호)
- 저서 7권(총성 없는 전쟁 및 스포츠 외교론 등) 발간
 
윤강로 원장의 국제외교실적 10가지

아주경제신문사는 제41대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윤강로 원장과 대한체육의 백년대계를 이야기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윤강로 원장의 국제외교실적 10가지를 소개합니다.

(1) 세계 최초로 김치(K-푸드)를 올림픽선수촌 공식 메뉴로 채택 공로(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현재까지)

(2)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기간 중 남북한NOC 간 스포츠교류협정 체결 막후교섭 및 성사(남측: 이연택 KOC 위원장/북측: 박명철 북한 NOC 위원장)

(3) IOC 금지 약물 리스트에서 카페인을 제외토록 ANOC 총회 공식 발언 세 차례 후 성사(2003년경)

(4) ANOC 총회-IOC 집행위원회 연석회의 석상에서 태권도의 올림픽 공식종목 채택 당위성 건의(1980년대)

(5) 올림픽 표어(Motto)인 "Citius, Altius, Fortius"(Faster, Higher, Stronger)보완 Update 대체 표어(VIP: More Vividly, Impressively, Precisely)를 ANOC 총회-IOC 집행위원회에서 Rogge IOC 위원장에게 제안 및 공식 긍정적 답변(2003년 개최 Kuala Lumpur ANOC 총회)

(6) 대한올림픽위원회(KOC)/체육회 IOC TOP 마케팅 배당 지분 2배 이상으로 증액 실현(당시 IOC 마케팅 대행사/Meridian) 대표 협상 및 타결(삼성의 TOP 파트너 기업 참여 혜택/1997년 이래)

(7)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OCA 지불이행각서 체결 성사 및 그에 따른 2000만달러(약 220억원) 홍콩 HSBC 은행 위탁 예치 및 대회 종료 후 환불 시 상당 금액의 환차 이익 발생토록 기여

(8) 1999년 강원 동계아시안게임 OCA지급수익금 OCA와 교섭 결과 300만달러(약 33억원) 절감 및 선수촌 숙박 시설 중 전체 침대 대신 '온돌방+요' 대체 제공. 각국 선수단장 설득 결과 200만달러(약 22억원) 도합 약 55억원 절감

(9) 평창 2018 동계올림픽 이후 빙상개최도시 강릉 시장과 Thomas Bach IOC 위원장과 IOC 올림픽 박물관장 3자간 강릉올림픽박물관(GOM)이 스위스 로잔 IOC 본부에서 MOU 체결 교섭 및 서명식 막후교섭 및 체결 성사

(10) 평산 개인 스포츠박물관 건립 운영(2004~2015) 후 강릉시 요청으로 35년간 수집 전시 중이던 올림픽 기념품 스포츠 관련 수집품 3만여점 강릉시에 무상 기증(강릉올림픽박물관 용: 평창 2018 유산 제1호)

*본 칼럼과 프로필·내용은 개인의 의견으로 아주경제신문사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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