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공정에 따라, 심사와 판단을 내려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스포츠 공정위원회(공정위)가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의 3선 도전 여부를 심사한 12일,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은 ‘공정’과 ‘상식’을 외쳤다.
사실 셀프 심의 우려가 컸던 만큼, 이번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스포츠 공정위는 이 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스포츠 공정위 위원장인 김병철 씨는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 출신이다. 그는 최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이 회장을 언제 만났느냐는 질문에 “잘 기억이 안 난다. 오래전에 만났다”고 답한 바 있다. 나머지 위원들도 이 회장이 임명한 인사들이다. 이 회장을 중심으로 인맥이 형성돼 있는 만큼, 이번 심의에 중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더구나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공정위 위원 명단을 일반에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에는 스포츠 공정위 위원들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아, 대중이 위원회 구성에 대해 알 길이 없다.
반면, 대한양궁협회는 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비롯해 5명의 위원 모두를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해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 하물며 질타를 받는 대한배드민턴협회도 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대부분 회원종목 단체는 공정위원 명단을 투명하게 알린다.
사정이 이러니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는 국민이 아닌 이기흥 회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심사 기준도 이사회 출석률, 임원의 징계 이력, 포상 경력 등 정관과 무관한 항목들로 채워져,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체육과 무관한 분야의 포상마저 인정해 줄 정도니 '물심사' 논란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한 공정위 위원은 “공정위 심의에 대해 말할 권한은 내겐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체육회의 아래에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견제가 없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미 ‘이기흥 체육회’에 가깝다. 이 회장은 자녀의 대학 친구를 선수촌 직원으로 부정 채용하는 등 체육회를 사유화하고 있다.
김성하 대한체육회 노조위원장은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해서 존재하는 체육행정기관이다.”
대한체육회는 이기흥 회장이 아닌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한 기관이다. 이 회장과 대한체육회는 지금이라도 자정 능력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