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하락하며 사상 최고치에서 후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논의 등 미국 정치권에 혼선이 불거진 데다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89.28p(0.29%) 내린 3만1008.69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S&P500지수 역시 25.07p(0.66%) 빠진 3799.61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도 165.54p(1.25%) 급락한 1만3036.43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을 더 일찍 끌어내리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미국 정가에 불안감이 짙어졌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번 주 하원에서 탄핵안 표결을 강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은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을 빚을 만한 사항은 아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마찰이 심해질 경우,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부양책이 원만하게 처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 기업 규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한 사상 초유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거듭 불복 의사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지지자들의 과격 행동에 불을 지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후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중단하는 조처를 내놨다.
그러나 이 여파로 기술 기업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에 대한 규제를 서두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이날 트위터 주가는 6.4% 넘게 주저앉았다. 페이스북 주가도 4%가량 미끄러졌다.
최근 민주당이 백악관에 이어 의회의 지배권도 가져오면서 '블루 웨이브(blue wave)'가 형성됐다. 이후 시장이 과열된 측면도 있는 만큼 조만간 조정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밀러 타박의 매트 멀레이 수석 시장 전략가는 "지난 몇 달간의 강세 이후 현 수준의 증시에서 명백하게 더 신중해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3월 저점 이후 랠리의 대부분은 이제 지나간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1분기 중 언젠가는 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1.69% 상승한 24.08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20을 넘으면 불안 심리가 높아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대서양 건너 유럽 주요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프랑스 CAC40지수는 0.78% 내린 5662.43에, 독일 DAX지수는 0.80% 빠진 1만3936.66에 각각 거래를 종료했다. 영국 FTSE지수는 1.09% 밀린 6798.48로 장을 마쳤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50지수 역시 0.67% 내려간 3620.62로 거래를 종료했다.
국제유가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0.01달러 올라 52.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0.6% 빠진 55.66달러를 가리켰다.
금값은 반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0.8% 오른 1850.80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