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매섭게 오른 집값 상승세가 내년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는 데다가 서울 입주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2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7만3649가구로 올해(36만2815가구)보다 25%가량 감소한다. 최근 5년(2016~2020년) 평균 공급물량과 비교하면 30% 정도 줄어든 수치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속되는 전세 수급 불균형이 전셋값 상승과 함께 매매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새 임대차법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등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공급물량을 늘리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지만, 당장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라며 "당장 입주할 수 있는 매물이 없다는 건 실수요자들에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와 시중 유동성 변화는 내년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할 변수로 꼽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기준금리가 2차례 하향 조정되며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를 받쳐주는 하방경직성으로 작용했는데 적어도 2022년까지 저금리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부동산 투자를 대체할 대체 투자처 부재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부장도 "내년 코로나 관련 리스크가 완화될 것으로는 보이지만, 실물경제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1년 만에 기준금리가 75bp 인하됐는데 내년 한 해 동안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가 바뀔 정도로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 보유세 부담에 따른 다주택자 매물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와 같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주택 매매가격을 두고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2.71%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올해 상승률(7.44%)보다 낮은 수준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수요·공급에 따라 소비심리도 빠르게 변한다"면서 "현재로서는 상승 고점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내년엔 보합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2020년은 부동산 시장이 '불장'이었지만, 2021년에는 상승폭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 급등지역에서 추격매수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