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가 경제계 '달래기'에 나섰지만 되레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16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법무부·금융위원회 합동 브리핑을 열고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의 기대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법안이 통과된 후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공정경제 3법이 기업 경영활동을 옥죄는 법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에 부처별로 반박에 나선 것이다.
공정경제 3법은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을 확대하고(공정거래법), 감사위원 분리선출·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며(상법), 금융복합기업의 건전성을 관리(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4단체가 가장 시급하게 여기는 분야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관련한 '3% 룰'이다. 상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은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적어도 1명 이상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방어권이 무력화할 것이 뻔하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룰 정비 두 가지를 동시에 적용하는 데 따른 재계의 우려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고려했다"며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기업경영 투명성은 강화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은 중복 규제가 논란이다. 복합금융그룹 계열사가 이미 당국의 업권별 감독을 받고 있는데 이 법으로 그룹 차원의 감독까지 더해져서다. 이에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개별법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위험을 규율하는 체계를 마련한 것이기 때문에 이중규제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계는 이날 정부 브리핑에 대해 한 마디로 '체념'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바뀌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이 반영된 결과다.
경제계는 공정경제3법이 통과된 직후 큰 손해를 볼 것이라며 관련 법안에 대해 '보류'를 요구했다가 최근에는 법안 '수정·보완'으로 선회했다. 경제계 입장에서는 한 발 뒤로 물러난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나마 전속고발권 유지는 재계의 의견이 반영됐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수사 착수를 못 하게 한 제도다.
전속고발권이 유지되며 검찰, 시민단체 등에서의 고소 남발 가능성은 없어졌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공정위원장이 의무고발 요청제도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조성욱 위원장은 "전속고발권 폐지는 중소기업의 반대가 가장 큰 사안이라는 점을 국회가 고려한 것으로 안다"며 "검찰·중소기업·조달청 등이 공정위의 고발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경우에는 의무고발 요청제도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검찰이 형법상 ‘자수’,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신고’ 규정을 활용해 담합 자진신고를 받을 수 있다 보니 이중조사 논란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든 의무고발 요청제든 명칭만 다를 뿐 기업 입장에서는 모두 규제와 감시로 여겨진다"며 "공정위가 전속고발제 권한을 유지하게 되면서 폐지를 요구했던 의견을 의식해 고발을 남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