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로 양국이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 압류된 일본 전범기업 자산이 이른 시일 내 매각, 즉 현금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국 갈등이 더욱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연내 한국에서 개최될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조건부 참석을 예고하면서 양국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이 만나 강제징용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지만, 양국 정상 간 조우마저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인도네시아 방문 중인 스가 총리는 이날 수도 자카르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그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며 "한국에서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면 한·일 관계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므로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답했다.
스가 총리가 자국 기업의 현금화가 이뤄져 실질적 피해를 보게 될 경우 한·일 관계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자민당이 현금화에 대한 보복 조치로 주일 한국대사관과 삼성전자 일본지사 등의 자산을 압류할 것을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현금화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한국과 일본이 강 대 강 구도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스가 총리는 올해 말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에 불참할지 여부를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한·일 간에 외교적으로 이뤄지는 사안 하나하나에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 등에 관해선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은 최근 스가 총리가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소송과 관련한 선조치가 없을 경우 제9회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스가 총리가 공식적으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처음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3국 회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상견례를 겸한 첫 공식 정상회담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를 주축으로 기업들이 판결을 불이행하면서 국내에 압류된 전범기업 자산은 현금화, 즉 매각 조치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