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불황에 정유사 먹여 살리는 ‘친환경 윤활유’

2020-10-19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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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정제해 남은 윤활기유에 첨가물 더해 '친환경 엔진오일' 재탄생

정유사업 영업이익률 2~3% 불과, 윤활유 사업 최대 20%로 '고부가가치'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1분기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낸 정유업계가 윤활유 사업으로 조용한 미소를 짓고 있다.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는 올 상반기 석유제품 수요 급감, 정제마진 약세로 본업인 석유사업에서 막대한 영업 적자를 냈다. 반면 윤활유 사업은 친환경 자동차 수요와 맞물려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적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수익성이 높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사업이라, 업체들은 잇달아 신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정유4사 모두 윤활기유 사업에서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에쓰오일(-1643억원)과 GS칼텍스(-1333억원), SK이노베이션(-4397억원) 등이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SK루브리컨츠가 10월 출시한 친환경 엔진오일 (왼쪽부터) SK ZIC ZERO 16, SK ZIC ZERO 20, SK ZIC ZERO 30. [사진=SK루브리컨츠 제공]


윤활유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등유·경유 등을 생산한 뒤 남은 기름(잔사유)을 재처리해 만든 윤활기유에 각종 첨가제를 혼합해 생산하는 제품으로 흔히 ‘엔진오일’이라고 불린다. 자동차나 선박, 산업기계 등의 마찰·마모를 막고 유해물질을 줄이는 역할을 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유럽을 중심으로 차량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높이는 친환경 규제가 세지면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친환경 아이템’으로 인기다.

이 덕분에 불황 속 정유4사의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유사의 전체 매출에서 윤활유·윤활기유 사업 비중은 약 5~20%에 불과하지만 이익률은 10~20%대에 이른다. 정유업의 이익률이 2~3%에 불과한 것에 비해 최대 10배나 높은 셈이다. 올해 1분기에만 총 4조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정유4사는 윤활유 사업에서만큼은 모두 골고루 흑자를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는 전기차 등 시장이 커지고 환경규제가 심해지면서 특히 친환경 윤활유 사업의 실익은 더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시장분석기관인 IHS마킷은 친환경 윤활유 시장이 자동차 배기가스와 연비 규제 강화로 2025년까지 연평균 13%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가운데 자동차용 고급 윤활유로 사용되는 고품질 윤활기유의 수요는 매년 10%씩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정유4사는 늘어나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잇달아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는 미국과 유럽 등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최근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현지 기준에 맞는 친환경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해 미국석유협회(API)와 국제윤활유표준화위원회(ILSAC) 최신 규격을 충족하는 친환경 휘발유 엔진용 윤활유 ‘현대 엑스티어 울트라’를 선보였다. GS칼텍스도 지난 16일 국내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차량 전용 엔진오일 Kixx HYBRID(킥스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전용의 저점도 윤활유 제품으로, 미국석유협회(API)의 최신 등급인 SP등급 규격을 충족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는 신규 국제규격을 충족하는 SK 지크에서 한발 더 나아가 ‘SK ZIC ZERO(SK 지크 제로)’를 이달 출시했다. SK 지크 제로는 최신 국제규격이 요구하는 연비개선 효과보다 무려 17%나 뛰어난 효과를 낸다. 연간 주행거리 2만km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를 약 90kg/년 감축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인증하는 친환경 마크도 획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품질 윤활유(엔진오일)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정유4사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 윤활유 연구개발에 집중,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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