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코로나19 확산 당시 중국 공장들이 줄줄이 폐쇄됐던 여파다.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뒤 일본에서는 생산체인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후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당시부터 국내 혹은 제 3국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이 검토됐다. 생산비용이 저렴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강력한 대체지로 떠올랐다.
◆"가격 경쟁력 뛰어나"···스가 총리, 동남아 공들이기
일본은 14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첫 방문국은 베트남이라고 발표했다. 스가 총리는 이어 인도네시아도 방문해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이 같은 동남아 공들이기는 일본의 생산기지 이전 정책 가속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스가 총리는 이미 취임 전부터 생산 시설을 여러 국가에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일본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 지원 계획을 검토했던 일본은 아세안 지역을 특히 눈여겨보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저렴한 노동력과 생산비용 덕분에 기업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일본수출기구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노동자들의 평균연임금은 인도네시아는 5956달러, 베트남은 4041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1만 달러에 육박하는 중국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번 지원 사업의 목표는 일본 기업들이 제조업 거점을 여러 국가에 분산해 배치하도록 하는 것이다"라면서 "중국이 명시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막겠다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스가 총리는 이달 베트남을 방문할 때 지원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인도네시아도 방문하면서 동남아시아 전반에 대한 일본의 투자 확대 계획을 강조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되는 기업들 대부분은 중국에 있는 생산라인을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이전하는 곳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우 이전 비용의 최대 3분 2까지 지원을 해준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50%다.
일본 간사이대학교의 와타나베 요리즈미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에 "이번 프로그램은 특정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원 프로그램에서 중국을 명기하지 않은 것도 자유무역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정책에 힘을 싣기 위해 상당한 양의 자금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동남아 이전 제조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예산은 235억엔이 배정됐다. 정부는 지난 6월까지 30개 기업의 이전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미·중 갈등도 거대 '리스크'
미·중 갈등 역시 생산 체인 다각화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정보 보안을 이유로 중국산 통신 장비의 국내 판매를 금지했으며, 일본과 영국 등에게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은 제조업 제품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맞서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자, 이미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는 동남아로의 생산 거점 이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향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각종 규제를 풀지 않을 경우 일본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의 탈중국 흐름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