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당초 불안한 환율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동결' 전망이 우세했지만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금통위는 인하를 택했다.
한은 금통위가 이날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현 3.25%인 기준금리를 3.0%로 0.25%포인트 낮췄다. 지난달 11일 금통위는 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추며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금리를 연속 인하한 것이다.
금통위는 외환시장 불안, 금융안정(가계부채·부동산) 측면보다 식어가는 경기를 살리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적기에 기준금리 인하를 하지 못했다는 실기론에 직면한 한은이 더 늦기 전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춰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내년 트럼프 정부 집권 이후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한은만 금리를 내리긴 힘들 것이란 의중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당초 예상과 달리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연간 성장률이 2%를 하회한 것은 1956년(0.6%) 이래 1980년(-1.6%),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0.7%), 지난해(1.4%)까지 여섯 번 있었다.
그동안 '연속 금리 인하'는 극심한 위기 상황에만 이례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한은 금통위가 연속 인하를 한 때는 미국 9·11 테러와 닷컴버블 충격이 있던 2001년과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2009년 단 두 번 뿐이다.
2001년에는 7~9월 연속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며 2008년엔 5.25%였던 금리를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연속 인하해 2%까지 끌어내린 바 있다. 2012년 유럽 재정 위기, 2014년 세월호 참사, 심지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도 긴급 인하를 하지 않고 한 박자 쉬고 인하를 해왔다.
다만 금통위는 향후 인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2%로 다시 벌어지면서 가뜩이나 140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더 부추기고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