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주경제와 만난 정씨는 휴대폰에 있는 여섯 살배기 손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최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도 일반적인 가정의 아버지였을 것"이라며 "할아버지 노릇도 못하고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정씨는 그렇게 손자의 사진을 한참 바라봤다.
정씨는 지난 9월 25일 첫 조사를 받았다. 2월 윤 총장과 처가를 고소·고발한 지 7개월 만이다.
정씨와 최씨의 악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최씨와 서울 송파구 스포츠센터 근저당권부채권에 공동 투자했다. 정씨는 이후 최씨로부터 이익의 절반을 나누기로 한 약정서대로 돈을 받지 못했다며 법정다툼을 시작했다.
정씨는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나는 나쁜놈, 사기꾼 취급을 받았다. 검찰은 지금 나오는 녹취록을 하나도 믿어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윤석열 장모는 여관을 운영하던 할머니다. 할머니가 어떻게 잔고증명을 해달라고 했겠나 윤석열의 처 김건희가 주모자다, 잔고증명 사건 가운데에는 김건희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이미 수차례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당시 검사들은 듣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정씨는 당시 검사들이 "'법원 판결이 났다' 그런 식으로 하고 되레 (나를) 다섯번이나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번 조사에서 검사가 어설프게 하면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올 각오로 갔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딱 들어가니까 내 눈에 익은 기록들이 있었다. 검사가 징역을 받았을 때나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내 기록을 다 가지고 있었다"며 "안도하면서 일문일답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정씨는 "윤석열의 뇌물죄 부분까지 조사를 들어가길래 예의상 윤석열 호칭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더니 검사가 '윤석열'로 하셔도 괜찮다고 했다"며 웃음지었다.
정씨는 검찰이 최씨 수사에는 미온적이었던 반면 자신에게는 가혹했다고 말한다. 정씨는 약정서 ‘강요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수사를 했던 홍모 검사는 "검사스럽다는 말 못들어봤나" "여죄를 수사하겠다" 여자관계를 수사하겠다"라고 윽박지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번 검찰의 수사에 기대를 하고 있다. 그는 "무고죄로 처벌받은 약정서 변조된 것을 서로 강하게 공감했다. 검사도 알고 있었다"라며 "17년 동안 만났던 판검사 중에서 가장 전문적인 지식이 있더라"고 평했다.
윤 총장 처가는 정씨 사건뿐만 아니라 △성남시 도촌동 납골당 사업 허위 잔액증명서 위조 의혹 △파주의 한 의료법인 요양급여비 부정수급 의혹 △윤 총장 아내 김건희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으로 검찰에 고소 고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