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재판 출석한 이철…"네 번째 편지서 공포감 극대화"

2020-10-0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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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이 전 기자의 편지로 인해 "공포감을 느꼈다"라고 고백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동재 전 기자와 백모 기자의 3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대표는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편지가 계속되며 점차 공포를 갖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 전 기자가 보낸 네 번째 편지를 받은 이철 전 대표는 "대충 내가 어떻게 이용당할지 어떻게 진술을 원하는지 등 전반적으로 다 느낄 수 있어서 공포감이 극대화됐다"고 토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보고 공포감이 극대화 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이철 전 대표는 "그냥 허언이 아니라 치밀한 시나리오 각본이 준비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가족들을 언급한 내용을 비롯해 앞으로의 수사방향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것을 두고 이미 "(시나리오가) 실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이철 전 대표의 설명이다.

이 전 기자가 보낸 네 번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벨류인베스트파트너 대표로 등재됐던 사모님을 비롯해 가족, 친지, 측근 분들이 다수 조사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이번 수사의 목표가 "예전 수사에서 부실했던 부분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간다"임에 따라 가족 분들이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수사의 목표가 "예전 수사에서 부실했던 부분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간다"임에 따라 가족 분들이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님도 '카드'가 있을 것입니다. 유시민 전 장관 등 정관계 인사에게 강연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건넨 내역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요. 신라젠 주식 매입 당시 정관계 인사 등이 관여한 내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그림은 이렇습니다. "이철 대표가 심경 고백을 했다. // 이미 중형이 확정된 만큼 어느 정도 (도의적인) 사과를 하면서도, // 자신의 억울함을 상세히 설명했다. // 그는 정관계 인사의 관여 의혹 등을 밝히는 한편, //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식의 보도를 계획해 진행하려고 합니다.

14년  6개월 후면 유시민 전 장관은 거의 팔순이 되겠네요. 대표님 덕분에 돈도 벌고 세상에 하고 싶은 소리도 다 하고 잘 살겠지요. 혐의에 비해 턱없이 높은 형량을 대표님 혼자 짊어지는 건 가혹합니다. 여기에 가족까지 처벌을 받게 된다면 집안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게 되겠지요. 책임을 혼자 떠안지 마세요.


앞서 이 전 기자가 보낸 두 번째 편지에는 서울남부지검이 신라젠 수사를 재개했고, 검찰이 이 전 대표 자산과 부동산 자금 추적에 착수한 상황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대해 이철 전 대표는 "(편지를 받고) 심각해졌다"며 "왜냐면 언론 보도를 통해 남부지검 신라젠 수사에 검사를 파견했다는 언론 보도 등을 보고 점점 이상하게 진행된다고 마음속에 생각하던 찰나였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목적을 갖고, 기획을 갖고 수사를 하면 증인들이 피해갈 방법이 없음을 경험해봤다"며 "아무리 무죄여도 소명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걸 안다. 또다시 그런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생각에 (심각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 전 기자가 보낸 세 번째 편지에는 이철 전 대표의 비서였던 임모씨가 이 전 대표 관련 의혹을 누설하고 곧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내용과, 이 전 대표가 편취한 금원이 흘러간 블루사이드와 로커스체인까지도 수사가 확장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편지를 받고 이 전 대표는 "공포감이 더 강화됐다. 현실로 다가왔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어 "내용 전체 맥락과 내용이 검찰의 수사방향과 의지라고 생각돼 전체적으로 공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철 전 대표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임모씨 이름도 있고 블루사이드 등 이름을 봐서는 검찰 쪽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고 관련 정보를 이 전 기자가 확인해 이런 편지를 보냈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특히 이철 전 대표는 "임씨의 경우 검찰이나 이 전 기자가 의심하는 범죄 혐의를 소명하는 데 있어서 전혀 그런 위치가 아니다"라며 "그런 사람을 핵심적인 조사의 대상으로 올렸다는 것 자체가 명백하게 검찰의 개입"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전 기자와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제보자X' 지모씨가 만났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편지 내용이) 진짜구나, 현실이구나 생각했다"며 "현직 기자가 맞고 검찰과 관련이 있다 보니 구체적으로 확인이 됐다고 생각했다.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이 전 기자와 연결된 검찰 고위간부가 한동훈 검사장이라는 이야기를 변호인인 이모 변호사를 통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철 전 대표는 "검찰 고위 간부가 한동훈 검사장이라고 얘기를 해서 제가 다시 물었다, 총장 최측근이니까 한동훈이 맞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위간부면 남부지검장이 한계였는데, "한동훈 검사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득했다. 거의 패닉 상태였다"고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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