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SK이노베이션과 벌이는 배터리 기술 특허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말 제재를 요청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즉각 LG화학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 입장을 지난 11일 ITC에 제출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에 보낸 입장문과 함께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자사 측 포렌식 전문가의 분석 결과 (LG화학이) 삭제했다고 주장한 주요 문서들은 한 건도 빠짐없이 정상 보존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백업 파일을 포렌식 목적으로 LG화학에 제공했는데도 LG화학이 팩트를 왜곡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7월부터 공용 웹하드(팀룸)에서 총 74건의 LG 관련 파일을 삭제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71건은 멀쩡히 보존 중이고 삭제된 3건 파일(양극재 테스트 관련)은 데이터값 자료로 정리돼 보존돼 있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중요한 것은 74건 문서 모두 특허침해 소송이나 특허 기술과는 무관한 내용"이라며 "상식적으로도 특허 소송을 제기한 후 관련 문서를 삭제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LG화학이 말도 안되게 '문서 삭제'라고 왜곡·억지 주장을 한다"고 거듭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한 994 특허가 LG화학의 선행 기술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특허출원 당시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특허침해 소송 제기 당시에도 몰랐다가 수개월 이상 지난 후 유사성을 가진 제품을 들고 나왔다고"고 주장했다. LG화학은 944 특허가 선행 기술임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자, 자료를 삭제했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LG화학으로부터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당한 이후 전사적으로 문서 보존을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은 문서 삭제, 기술 탈취를 주장만 할 뿐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확하고 정당하게 근거를 제시하면서 법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은 배터리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제 성장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라며 "소송에서 책임감 있고 정정당당하게 임하되, 대화를 통해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반면 LG화학 측은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주장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소송 과정을 통해서 사실이 밝혀질 것이란 원칙론을 분명히 했다.
LG화학은 "ITC에 본인들의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마치 당사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처럼 오도하지 말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공개될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의 공식 의견도 지켜봐달라"면서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소송 결과로 나올 것이고, 당사는 소송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