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현대미술 애호가로서, 아마추어 작가로서 붓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그림 대작(代作) 사건’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5년간의 재판 과정에 대한 소회와 향후 계획을 밝혔다.
작가가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그린 작품 50여점이 전시 돼 있다. 조영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투를 비롯해 바둑알·소쿠리·태극기 등을 그린 다양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무죄 판결이 난 ‘대작 사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조씨는 “재판 과정 중 공청회 때 ‘화투를 너무 오래 가지고 놀았다’고 말하며 나도 모르게 울먹였다”며 “무대 위에서도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설움이 쌓여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6월 25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씨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화가 송모씨 등이 그린 그림에 가벼운 덧칠작업만 한 작품 21점을 17명에게 팔아 1억53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조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작업에 참여한 송씨를 조씨의 조수가 아닌 ‘독자적 작가’라고 봤다. 조씨의 ‘그림 대작’도 구매자들을 속인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화투를 소재로 한 조씨의 작품은 조씨의 고유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고 조수 작가는 기술 보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미술 작품이 제3자의 보조를 받아 완성된 것인지 여부는 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내 생각이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공개석상에 선 조씨는 ‘그림 대작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기자회견장 앞쪽과 책상 바로 뒤쪽에 논란이 된 그림 2점을 배치한 조씨는 “두 그림의 경우 파이널 터치(Final Touch)를 내가 했다. 명암 조절과 금색·은색 등을 내가 새롭게 칠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지난 5년간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지만 현대미술 안내서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을 쓰며 미술 곁을 떠나지 않았다. 조씨는 “나는 가수고 현대미술 애호가이자 작가다”며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면 아마추어다. 그래도 살아 있을 때 열심히 그리고 싶다”고 평가했다.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꼬리표로 남은 ‘대작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조씨는 내년 봄에 충남 아산시에 있는 아산갤러리에서 공모를 통해 뽑은 조수 10명과 함께 전시장에서 협력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씨는 "갤러리에서 아이디어를 먼저 냈다. 좋게 생각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