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바쁘게 굴러가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산업과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쳇바퀴는 코로나19 확산에 멈춰 섰고,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업계별 전문가는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 리스크는 향후 몇 년간은 지속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만약 이 거대한 복병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2020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을까. 코로나19가 창궐하지 않은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업계별로 조명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 눈앞에서 만나는 거장의 베토벤 연주...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토벤 전문가’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9월에 내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부흐빈더는 상하이·상트페테르부르크·빈 그리고 취리히 등에서 50회 이상 총 32개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가졌다. 베토벤 작품 연주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흐빈더는 2019년 아주경제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베토벤이 없었으면 난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큰 영향을 받아 왔다”며 “음악은 수많은 음악가들의 역사를 담은 결정체이고, 작곡가 한명 한명은 클래식 음악의 혁명가라고 생각한다. 베토벤과 같은 위대한 혁명가가 없었다면 지금의 클래식 음악과 지금의 나 모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팬들이 오랜 시간 손꼽아 기다린 공연도 잇달아 열렸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39년 만에 처음으로 역사적인 내한 공연을 마쳤고, 테오도르 쿠렌치스&무지카 에테르나, 영국 체임버 오케스트라 로열 노던 신포니아도 한국팬들을 만났다. 보스턴심포니는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등을 연주했다.
이외에도 영국 국립극장의 ‘워호스’·러시아 바흐탄고프극장의 ‘바냐 삼촌’·영국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무대 위에 올랐다.
◆ 오프라인에서 한류로 전 세계 이은 대한민국
여행의 제약이 없는 가운데, 한류는 한국에 온 외래관광객 2000만명 돌파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의 전통 문화는 케이팝(K-pop)과 더불어 한류의 대표적인 분야로 떠올랐다. 블랙핑크가 지난 6월 발표한 ‘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에서 한복을 입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광화문·인사동 등이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로 북적인다. 서울과 부산에서 만날 수 있는 한복진흥센터의 ‘한복상점’에는 수많은 관객들이 몰렸다.
문화를 통한 오프라인 외교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2020년 한국-러시아 및 한국-아랍에미리트(UAE)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맞이해, 각 나라에서 다양한 기념 공연이 열렸다.
※코로나19로 문화계는 전방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공연 매출 총액은 967억4000만원으로 2019년 하반기 1969억2000만원과 비교할 때 크게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행기를 타고 오고가는 국제 문화 교류가 차단된 점도 아쉽다. 그래도 온라인 공연과 기금 마련 갈라 콘서트 같은 연대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의 '예술 사랑'이 한줄기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