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융소비자를 위협할 코브라 경계경보

2020-08-2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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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한 투자전략 전문가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지수 하락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보고서 제목은 ‘코브라 효과’였다.

코브라 효과’의 설명은 영국의 인도 통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도 델리에는 코브라가 너무 많아서 정부에서는 코브라 포획 보상금을 지급했다. 처음에는 그 효과로 코브라 개체 수가 줄었다. 그러나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아차린 기업가들이 코브라를 양식하자 코브라 개체 수는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스토리를 통해 그는 미국 정부와 미 연준의 코로나19 충격을 막기 위한 전례 없는 돈 풀기 정책이 금융시장에 재앙적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8월 중반 S&P500은 코로나19 이후 하락을 모두 만회하면서 이 경고는 무의미해졌다.

이 기사 이후 국내에서는 ‘코브라 효과’를 제목으로 한 몇몇 기사가 있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주제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외신을 보고 소재를 신속하게 차용한 것이다.

‘코브라 효과’에 대해 알려진 교훈은 잘못된 문제 해결 방법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비유하기 쉬운 대표적인 것이 정부 정책이다. 그러나 인도 델리의 코브라 개체 줄이기 실패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책 실패의 원인은 ‘이익’을 위해서는 앞뒤 안 가리는 기업가의 탐욕이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브라가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니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는 선의의 정책 목적과 실패를 만든 원인은 묻히고 개체 수가 늘었다는 결과만 드러난다. 컴퓨터 그래픽 툴에서 아래 그림을 위의 그림이 덮어 버리고 최종 그림을 출력하는 레이어 속성을 닮았다. 최종 출력 그림에서 코브라를 줄이려 한 주체와 개체 수를 늘리려고 한 주체는 다르다는 것은 확인할 수 없다.

코브라 효과를 차용한 한국의 부동산 문제에도 같은 속성을 볼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이익은 명백히 극히 일부에 속하고 그들에게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환영할 동기가 있다. 그러나 부동산 이슈도 최종 출력되는 그림에서는 정책 목적과 탐욕과 실패가 뭉개진다. 그리고 우리는 결과만 보는 데 익숙하다. 부동산 가격 이슈는 델리의 코브라보다 겹쳐진 그림 수가 비교할 수 없이 많다. 그 복잡성이 뭉개짐 현상을 가중한다.

같은 현상이 일어날 우려가 있는 곳이 ‘금융’이다. 금융 현장에서 30년을 보내온 필자 경험에 비추어 ‘금융’에서 코브라 증식 현상은 대부분 금융소비자의 무관심 속에 소리 없이 진행되고 결과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 인생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바심을 더한다. 조바심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와 관련된 몇 가지 경과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17일 국무회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의결했고 2021년 3월 중 시행 예정이다. 필자가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주목하는 것은 ‘금융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와 ‘책무’를 명시했다는 점이다. 금융 역사상 초유의 사건임에도 대부분의 금융소비자는 이러한 권리와 의무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이 조항으로 금융소비자가 법으로 보호받을 근거가 생겼다는 의미도 있지만, 앞으로는 금융 행위에서 ‘권리’ 위에서 낮잠 자거나 ‘책무’를 몰랐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법 7조 5호에는 ‘합리적인 금융소비 생활을 위하여 필요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30조와 31조에 금융위원회에 정책 시행 책임을 부여하고 실무기구로 ‘금융교육협의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독자들은 왜 금융교육 타령인지 뜬금없고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금융교육은 세계적인 추세다. OECD는 2002년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했고 2008년 금융위기 발생 후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를 농단하는 것을 보고 무엇보다 ‘금융교육’ 프로젝트를 국제적 과제로 시행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한국 금융당국도 2018년에 이어 2020년에도 국민들의 금융이해력을 조사한다. 2018년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편 4월 29일 금융교육협의회는 ‘금융교육 개선 기본방향’을 의결했다. 국가 표준 ‘금융이해력 지도’를 개발하고 금융 콘텐츠 인증제를 도입하며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체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세부적인 내용은 미정이니 지켜볼 일이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빠른 행보를 보인 점은 바람직하다. 내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이 기대된다.

이렇게 훌륭한 취지로 시작된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이 코브라가 증식하는 시스템으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신중한 금융교육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과거 금융교육 관행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필자 경험으로 과거 십수년간 대부분의 금융교육은 인력, 전문성 등의 이유로 실질적으로 금융회사가 담당했다. 금융회사는 금융상품을 판매해야 먹고사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과거 금융교육은 자사 상품 홍보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금융교육 시스템이 재연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31일 ‘금융소비자 보호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회사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은 37.9%, '상품 판매 후 무관심하다' 73.0%, '경영진이 관심이 없다' 75.7%, '윤리의식이 부족하다'는 73.9%였다.

지난해 DLF부터 라임과 최근 옵티머스 펀드까지 운용회사와 판매회사의 문제가 드러난 만큼 이러한 조사 결과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증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자료는 금융회사가 금융교육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명백한 근거다. 그러나 ‘금융교육’의 특성상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상당한 인적·물적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므로 행정적 편리성, 성과를 위해 금융회사에 다시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둘째는 ‘금융교육’이 황금알을 낳는 금융산업 분야로 될 가능성이 큰데, 이러한 사업성을 내다보고 여기에 뛰어들 ‘코브라 증식형’ 기업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과거 ‘주식’, ‘부동산’ 투기 안내로 명성을 쌓던 사람이 인지도와 인맥을 무기로 ‘금융교육’에 나설 가능성이다. ‘금융교육’은 투기에 대한 교육이 아닌, 철저히 금융소비자의 장기적 생애 관리 측면에서 중립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금융교육 개선 기본방향’에 참여한 기관이 정부와 민간을 합쳐 25개 기관에 이른다. 금융교육 실태조사 결과 국민 92% 이상이 금융교육 수강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데 비하면 이 많은 기관이 무엇하다가 갑자기 등장하는지 궁금하다. 많은 의견을 수렴해 대표성을 얻겠다는 것은 취지는 좋은데, 새로운 먹거리를 보고 거대한 금융교육 가치사슬(Value Chane)을 형성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기우(杞憂)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실질 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금융교육’은 국민의 생애 복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기대 수명 100세 이상 생존 시대에는 잘된 ‘금융교육’은 또 하나의 국민연금이 될 수 있다. 금융교육 시스템에서 코브라와 코브라 사육업자를 초기에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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